봄 가뭄에 시멘트 길이 갈라지고 있다
휘청거리며 그 길을 걷던 사람
―최세라 시인의 ‘늦은 귀가’
가뭄, 사람, 피멍의 단어에서 세상살이의 척박함을 읽는다. 위 디카시에서 ‘가뭄’은 가공할만한 위력이 작동하고 있는 어떤 메타포적 의미거나 존재이다. 시멘트 길이 갈라질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그런 위력 앞에 속수무책의 사람이 걷고 있다. 귀가 중인데 일반적 귀가가 아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근로자가 아니거나 혹은 오랜 기간 집에 오지 않았던 사람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귀가하는 중인데, 그것도 늦은 귀가라는데 거리가 훤하다.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인지 정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훤한 낮에 늦은 귀가를 한다는 상황과 발자국마다 피멍이 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힘들다. 척박한 세상을 사는 일이 힘에 부친다. 삶이 힘든 사람을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가뭄’이라는 가공할만한 위력이 제거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명의 꽃은 만화방창하고 가뭄이란 위력이 문명과 조율하지 않을 때, 위험사회를 견뎌내는 일은 일반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 만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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