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매카시는 죽었으나 부활하는 매카시즘
[시민기자]매카시는 죽었으나 부활하는 매카시즘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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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산물…한국서 재등장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논란’
독립운동가, 공산주의 낙인 안 돼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년대 초반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에 의해 일어난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을 말한다. 미국과 소련은 2차 대전 기간 동안 동맹을 맺고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과 맞섰다. 이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체제 경쟁 구도로 전환되면서 냉전이 시작된다. 미국은 냉전 상황에 직면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와 위험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1948년 소련의 베를린 봉쇄를 시작으로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과 같은 해 중국은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고 1950년 한국전쟁은 미국 내 위기감을 가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카시 의원은 정부, 군대, 사회 구조 내에서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검증도 안 된 발언과 주장에 당시 미국 내 사회적 불안에 떨던 시민과 언론은 충분히 호응했다. 물론 매카시가 지목한 정계, 군부, 과학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은 대부분이 공산주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검증되지 못한 발언은 수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게 했고 인신공격과 감시와 처벌을 받았다. 결국 매카시즘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정치적 행위에 악용되었던 수단으로 또 하나의 미국 흑역사를 만들었다. 매카시즘의 작동원리는 어처구니없게도 거짓말과 이에 호응하는 언론과 여론이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도 매카시즘의 피해자였다. 이 영화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카시즘’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죄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된다. 오펜하이머도 미국 핵무기 개발에 역할과 기여를 했지만, 1945년 종전 이후 공산주의자로 지목받고 연구 및 개발 활동에 대해서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매카시즘은 정치권을 넘어 예술계까지 번져 많은 예술가가 공산주의로 지목 당했으며 배우 찰리 채플린 역시 매카시즘의 타깃이 된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에서 자본주의와 전쟁을 비판하자 공산주의 사상을 담았다고 상영 금지를 당하고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이후 영화 개봉을 위해 영국으로 향한 찰리 채플린은 미국 정부가 입국비자를 말소시킴으로써 사실상 추방당하게 된다.

케케묵은 매카시즘 광풍이 대한민국에서 재소환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라는 대결적 사고에서 비롯된 극단적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의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당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잣대로 홍범도 장군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무지에서 기인한 모욕이다. 그 당시의 공산당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공산당이 아니다. 당시 소련은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에 대항해 미국과 영국이 함께한 연합국이었으며 소련뿐만 아니라 만주와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독립군은 중국과도 함께 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소련의 무기와 자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 이 시기에 매카시즘 광풍이 다시 부는 이유는 뭘까? 라틴어 쿠이보노(Cui bono, 누가 이득을 보는가?)란 말이 있다. 어떠한 일이 만들어지거나 일어남으로써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국을 떠돌며 일생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운다면 앞으로 누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할까? 우리는 독일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비시프랑스 정부의 철저한 처벌을 기억해야 한다. 21세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독립운동가를 공산주의자로 낙인찍는 매카시즘을 논하고 있다. 또한 일부는 일제강점기를 식민지 근대화라 주장한다. 이 논리는 우리가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최웅환 시민기자(통일학 박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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