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거창 책방소문, 소문 들어보셨나요?
[시민기자]거창 책방소문, 소문 들어보셨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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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아하던 10대 소녀
거창에서 3년 전 책방 시작
“따뜻하고 포근한 책방 목표”
거창군의 소도시에 소문난 책방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여러 책모임 운영과 아이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는 ‘별글쌤’의 별칭부터 소문씨로 불리는 책방의 책방지기까지, 사심이 가득한 책방소문은 박연희(44) 대표의 내공이 오롯이 채워진 곳이다.

박연희 책방지기는 책이 없던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의 갈망이 남달랐다. 고향 진주에 살 때는 연암도서관에 자주 갔다. 도서관이 주는 편안함에 언제나 그의 놀이터였다. 20대에는 서울로 상경해 간호사로 일했다. 기숙사에서의 외로움을 영풍문고에 방문해 책을 구경하고 구입하는데 달랬다. 책은 그에게 질문하지 않았고 오롯이 들려주는 평온함이 삶의 위로가 되었다.

그녀는 20여 전 서울을 떠나 거창으로 왔다. 3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책을 읽고 소통하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별글’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독서논술을 가르쳤고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책방이라는 공간이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그 절실함이 통했는지, 우연히 임대 공간이 오래 비워져 있었다. 지금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2020년 12월 28일에 책방을 열었다. 기존에 있었던 가구로 책방을 꾸몄고 앞으로 하나하나 채워가는 마음으로 공간을 담아냈다.

“하루하루 책방을 하면서 고민하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공간에 무엇을 채워갈 것인지? 이 책이 누군가에 닿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과정들이 지금의 책방으로 소소하게 열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 책방의 이름을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에서 따온 ‘책방 도로시’로 했다가 남편의 의견이 반영된 ‘소문 듣고 왔어요’가 가장 좋아 책방소문으로 지었다. 또 다른 의미는 ‘소문’이 소소한 문답이 필요할 때 “‘소문씨’를 불러 주세요”라는 뜻으로도 품었다.

책방에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문학책, 마음에 오래 남는 그림책, 지극히 책방지기 소문씨의 개인 취향이나 마음에 와 닿는 독립출판물,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도서가 가득하다.

특히 책방지기가 중간 중간 페이지에 읽으며 떠올린 의문이나 글을 적어놓은 메모의 ‘오픈 책’이 꽤 많았다. 형광펜 등 인상 깊었던 구절로 표시된 포스트잇과 밑줄은 흥미롭게 다가가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에 어떤 책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두근거리는 묘미가 있는 ‘시크릿북’은 감출 맛 나는 책 서비스다.

박 책방지기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자랑은 소문독클이 5개, 거창면에서 운영하는 책모임이 2~3개가 있다. 그중에서 ‘소문 필사독서클럽’은 아주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가는 깊이 있는 책 읽기가 더해진다. ‘벽돌책 깨기’ 모임은 7명이 500페이지가 넘는 ‘코스모스’를 시작으로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지리의 힘’,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꾸준히 읽고 토론한다. 평생 책을 읽지 않는 회원에게 돌잔치를 열어 평생 독자가 될 수 있도록 환영식도 했다.

‘소문고전클럽’은 주부 8명이 하나의 책에서 여러 갈래로 확산되어 가는 지식의 확장 시간을 즐기고 있다. 같은 책이라도 시기를 두고 다시 읽으면 또 다른 화두를 만날 수 있는 고전에 빠져든다. 거창군에서 운영하는 ‘인문고전 100권 읽기’ ‘환경실천단 독서모임’등 그녀의 책과 나누는 시간은 늘 즐겁다. 혼자 읽기보다는 누군가 함께 사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책모임은 그 자체로서 순수하고 아름답다.

책방소문에는 박 책방지기의 딸을 ‘명예회장’이라 부른다. 책방의 그림책을 선정하고 잘못 정리된 책을 보면 잔소리가 많아진다는 것.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초등학생 딸은 늘 소문씨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보배다. 책과의 동침, 띠지와 필사, 좋은 글귀들이 눈앞에 마음으로 연결되는 호사를 누린다. 책들의 주인장이 펼친 큐레이션은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약주를 드신 어르신이 아들에게 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것과 단골 여고생이 기숙사로 떠난다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늘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책방의 사연들이 모여 책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맺어주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책방에 오셔서 잠시 쉬어가면 좋겠어요. 고민도 털어놓고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책도 권해 주는 그런 따뜻하고 포근한 책방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프리마켓과 독서모임 등 함께 엮어가는 네트워크의 장으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평생 책을 읽지 않는 분에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책방이 되겠습니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책방지기의 애정이 가득 채워진 책방의 공간 모습.
거창 책방소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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