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4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49)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1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3) 후문학파와 노령시학(4)
강희근 제18시집 『파주 기행』(2023. 황금알)은 2023년 8월 8일에 발간되고 8월 18일에 2쇄 발행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이면 경우에 따라 베스트셀러로 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필자로서 이 시집은 독자와 가장 밀접한 정서나 감각 또는 감성에 이르고자 하는 노력을 가하고 나온 시집임은 사실이다. 우선 지난 1월초 이후 우리나라 유튜브를 달구고 감동의 파장을 이룬 〈어른 김장하〉(진주 남성당한약방 경영)에 대해 필자로서는 스스로 참회록 한 편을 쓰게 되는 동기를 삼게 되었다. 필자로서는 김장하 선생의 경우 몇년간 경상대학교 대학원의 명예박사 수여에 관해 겸덕으로 거절했으나 일부 유지들(진주문화연구소장 등)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학위 수위를 수락했다는 사정을 알았고 또 대학원이 필자에게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축시를 읽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해와서 기꺼이 찬동한 바 있었다.

그리고 시를 써서 읽었다. “학위는 소정의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한 자에게 수여하는 형식인데 오늘의 명예박사 수위자는 그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서도 사회나 대학의 지향을 훌륭히 뛰어넘는 실천적 표양을 보여주었다”는 요지의 시였다. 이날 학위 수여식장은 김장하 선생의 은혜를 입었거나 가까운 친지들로 남명학관 강당이 가득 메워졌고, 학위 수위자의 이력이나 수위자의 말씀을 들을 때 이미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런 뒤 필자의 축시 순서로 필자가 쓴 그 마음으로 낭송을 하는데 특이한 현상이 있었다. 시가 어디로 가든, 감동의 포인트가 어디에 있든 무슨 형용으로 감정을 끌고가든 이미 감동의 물결에 젖어들었고 시적 언덕이 가파르거나 내리막이거나 상관없이 수위자의 인격은 구름이거나 서으로가는 달, 혹은 달빛이었다.

필자는 이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대학원 실무자 보고 “내가 아는 한, 경상대학교 공식 행사에서 이런 감동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하고 격려를 보냈다.

필자는 시집 『파주기행』에 실린 「진주 김장하」에서 강희근의 ‘참회록’을 다음과 같이 썼다. 물론 이 시는 학위 수여식에서 읽은 축시와는 다른 것이다.



“하도나 볼 것이 없는 유튜브를

보다가

〈어른 김장하〉에 눈과 귀 동시에 가 꽂혔다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부다 하려다가

이 나라에 봄, 봄이 오려나부다 하고 마음

고쳐 먹었다



오늘은 천년 흐르는 강으로 나가

흰 바위 아래

이름과 욕망과 허세의 풀잎들 던져 넣고 오리라

세월과 나태와 포말의 풀잎들 띄워 놓고 오리라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이 나라에는 진실과 감동스런 불빛이 아직 켜어져 있어서 가을로 조락하는 것이 아니라 신생의 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나는 어찌해야 하나?“가 따라와 주는 것이 순서인데 그 부분이 시 3련이다. ‘의암’에 나가서 나의 총자산인 ”이름과 욕망과 허세의 풀잎들/ 세월과 나태와 포말의 풀잎들“을 버리겠다는 자각에 이른 것이다. 잘 보면 『어른 김장하』에는 ‘의’(義)와 ‘문’(文), ‘장’이 함께 가는 깨어 있는 정신이 배어 있어서 참회의 폭은 일상의 총체에 닿아야 한다고 보았다. 필자는 하루에 한 번씩 이 자작시를 읽는다. 시에는 시가 가지는 흐름이 있어서 흐름에서 자발의 힘을 얻곤 하는 것이다. 언제 한 번 독자들과 함께 소리 내어 「진주 김장하」를 낭송하는 기회를 가질까 한다. 그때는 예의 학위 수여식에서 읽었던 시도 함께 선 보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