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관 진주시의회 경제복지위원장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전국에서 구호가 들려온다. ‘지역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각 지역이 생존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새로운 기업의 유치와 기존 기업의 성장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의 소멸은 기존 기업의 축소와 도태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향토기업에 대한 관심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지만, 떠난 자리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와 인구, 지방세도 사라진다.
우리 진주시도 ㈜신흥과 아미코젠㈜이 각각 사천과 부산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신흥은 타이어 등 고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집단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역을 지켜온 대표적인 향토기업 중 하나다. 현재 상평공단과 사봉일반산단 공장에 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 매출액은 수출액을 포함해 800억 원에 이른다. 아미코젠은 진주 코스닥 상장 1호 바이오 기업으로, 문산읍 생물산업전문농공단지에 본사를 두고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건설 중인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 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최근 3년 동안 총 5개의 기업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지난 7월 말, 진주시의회 경제복지위원회는 제249회 임시회에서 진주상공회의소와 아미코젠을 현장 방문한 바 있었다. 사실 이날은 아미코젠의 부산 이전 검토에 따른 긴급대책을 세우고, 기업 현장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물론 진주시의회와 진주시는 향후 적극적인 지원정책 추진을 약속했고, 바로 다음 달 경상국립대와 아미코젠이 지역인재 양성과 기업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취업연계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기업 이전이 거론되기 전에 추진됐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이외에도 진주상공회의소에서는 지역기업 간 상생 방안 마련, 기업활동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판로 확대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정보 제공 강화, 향토기업 지원 정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결국 진주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소리다. 지속적으로 지원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설마 떠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이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우리 지역에서 오랜 시간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기업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지역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온 열정을 쏟고 있다. 우리 진주시도 기업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전 지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필자도 향토기업의 자긍심 고취와 육성 및 지원을 위해 관련된 조례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 유치도 좋지만, 있는 기업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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