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
[천왕봉]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5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예의가 밝은 민족’이라고 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고 불렀다. 공자는 ‘뗏목이라도 타고 가서 우리나라에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국민들을 가리켜 “어진 사람(仁人)이니,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한다(好讓不爭)”고 했고,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정숙하고 믿음이 두터운 민족”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동방예의지국’의 뜻을 ‘유약하고, 힘 없는 민족으로 중국에 너무 종속적이어서 중국의 요구에 예의 바르게 잘 따랐던 봉’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자가 배우고 싶어 했고, 살고 싶어 했던 ‘예의의 땅’, ‘부러워했던 나라’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무례함으로 가득하다. 그 무례를 권력층이 솔선수범(?)하고, 추종자(지지자)들이 따르고, 확대 재생산한다. ‘우리’는 없고 오로지 ‘내편’ ‘네편’만 있을 뿐이다. 내편은 정의이며 무조건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네편은 불의이고, 무조건 타도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여기에는 예의도, 염치도 없다.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진 사람은 찾기 어렵고, 양보하지도 않고, 다투기만 한다. 막말은 거침이 없고, 비아냥과 조롱하기는 예사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사기가 끊이지 않는다. 거짓과 위선, 불신을 넘어 상대에 대한 적개심만이 만연하다. 우리나라가 ‘동방무례지국’이 된 것 같다. 정영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