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비바리와 제주의 해녀 문화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비바리와 제주의 해녀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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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하는 처녀’-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비바리에 대해 뜻풀이 한 것이다. 비바리는 제주에서 ‘처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1957년 판 한글학회에서 간행한 국어대사전에서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일로 업을 삼는 처녀’로 풀이하고 있다. 비바리는 제주에서 전복을 뜻하는 ‘비’에 접미사 ‘바리’가 붙어서 생성된 단어라고 한다. 비나 빗은 전복과 관련된 단어들에서 보이는 것으로, 전복을 따는 데 쓰이는 도구를 ‘빗창’, 전복의 암컷을 암핏, 전복의 수컷을 수핏이라고 한다. 바리라는 접미사는 군인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인 ‘군바리’나 악바리, 어바리 등에서처럼 다양하게 쓰인다.

제주도에선 ‘잠녀’나 제주도 방언인 ‘좀녀(잠녀)’ 또는 ‘좀녜(잠녜)’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둘 다 쓴다. 잠길 잠(潛)자의 제주식 발음이 아래아가 들어가 ‘잠’이다. ‘해녀’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등장해 1980년대 이후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지만, 제주 어촌에서는 잘 쓰지 않고 있으며 채취작업 하러 나가는 것은 ‘물질하러 간다’고 표현한다. 오랫동안 활동한 해녀는 주변에서 인정을 받게되는 데, 그 연륜을 통해 해녀들 사이에도 자연스레 계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상군, 중군, 하군으로 분류되는데, 한번 잠수해 2분가량 바닷속에 머무르는 상군은 수심 15m 이상의 바다에서 작업하는 베테랑 해녀다. 중군은 수심 8~10m, 하군은 5~7m에서 작업하는 편인데, 수심이 깊을수록 비싼 해산물을 더 많이 채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해녀의 직업(한국표준직업분류 상 직업코드- 63023) 특성상 잠수하는 시간이 최대 7시간 정도로 꽤 길기 때문에 감압병, 이명, 저체온증 등 상당히 위험한 극한직업이다. 해녀들이 이러한 직업병에 시달리며 살아야 되는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다 보니, 조선시대 정조가 해녀들의 이러한 형편을 알고나서는 그 좋아하던 전복을 끊었다는 일화도 있다. 정조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내내 제주 목사로 부임해온 사람들 중에는 순찰 나갔다가 한 겨울에 온 동네 여자들이 알몸으로 바다에 우르르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전복을 끊었다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2018년 기준 제주 내 현직 해녀는 총 3898명으로 60대 1169명 70대가 1651명 80대가 661명이라고 한다. 전직 해녀는 5203명으로 총 9101명이며 제주도가 전현직 해녀들에게 진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한 해 평균 30억 원 정도 지원된다고 한다.제주도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에도 1057명의 해녀들이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 고향은 제주도로, 제주도에서 이주해 온 60~70대의 할머니들이다. 2020년 현 해녀 중 최고령 해녀는 마라도 출신 라왈수 할머니(98세, 경력 82년)이며, 최연소는 정 모 씨(24세, 경력 3년)라고 한다. 더불어 라왈수 할머니는 전 세계 최고령 잠수부이기도 하다. 2023년 최연소 정식 해녀는 임혜인(22세)이다.

제주도에는 사라져 가는 제주의 해녀 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한수풀해녀학교로 설립되었다. 20주간의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전통물질기술자격증”이 주어진다. 경쟁률이 11대 1이 넘는다고 하며, 연령층도 다양하다. 해녀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연령대 역시 60% 이상이 7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해녀 인턴, 이른바 ‘아기 해녀’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12월 문화재청에서는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시작했다. 2016년 11월 30일, 제주 해녀들의 특별한 문화를 담은 ‘제주 해녀문화’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의 등재가 확정됐다. 이어서 2017년 5월 1일,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됐다. 제주 해녀만이 아니라 전국의 해녀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2017년 7월에는 제주도에서 해녀 전담부서 해녀문화유산과를 설치했고, 9월에는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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