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름다운 추석, 아름다운 건축학과 학창시절
[경일춘추]아름다운 추석, 아름다운 건축학과 학창시절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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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구 건축사
권명구 건축사


매년 맞이하는 추석, ‘넉넉한 마음으로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저마다 덕담을 건네거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그간 고마웠던 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곳곳에 흩어져 살던 가족,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추억을 말한다. 이맘 때쯤 그리운 고향은 화려한 축제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런저런 추억에 잠겨 컴퓨터를 뒤적이다 학창시절 인생의 길잡이가 돼준 교수님에 대한 글을 발견했다. 건축학도 시절 생소한 건축에 대한 개념들로 참으로 많이도 헤매었다. ‘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거야’, ‘공간이 평면적이라니’, 조형실습시간에는 소리가 나는 형태, 그냥 바라보면 소리가 나는 형태를 만들라는 과제가 있었다. 모두들 많이 헤맸지만 우리 동기가 마침내 성공했다. 1년여의 과제였는데, 지금도 자랑스러운 동기다. 교수님께서 동기의 결과물을 보시더니, ‘어, 소리가 난다. 여러분도 들리죠?’ 하시면서 만족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가슴이 포근해진다. ‘동기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추석이 지나면 한번 만나러 가야겠다.

‘도시계획’을 가르쳤던 교수님은 참 고마웠다. 지구단위계획, 단지계획을 지도해 주셨는데 지금도 업무에 잘 활용하고 있다. 이 과목은 도시의 볼륨을 결정하는 분야로, 건축물의 용도와 층수, 그 외 디자인과 소소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게 된다. 어려운 과목인데 항상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지식을 전달했다. 심지어 종강시간에 그간 우리가 했던 건축 작업들을 손수 책으로 만들어 줬다. 보통 건축학과의 설계수업은 한 과제를 두고 건축도면과 모형 그리고 논리의 근거가 되는 각종 자료들로 자신의 생각을 여러사람 앞에서 이야기 한다. 좋을 때도 시원찮은 때도 있다. 발표시간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긴장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넉넉한 미소로 우리를 지도했던 교수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당시 교수님은 ‘나름대로’라는 말을 금기시했다. 그는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는지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나름’이라는 말에는 ‘적당히’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서 였으리라. 졸업 당시 IMF의 여파로 취업이 어려웠지만 교수님의 가르침이 바탕이 돼 지금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절대미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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