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먹는 추석·월병 먹는 중추절…"날은 같지만 서로 달라요"
송편 먹는 추석·월병 먹는 중추절…"날은 같지만 서로 달라요"
  • 연합뉴스
  • 승인 2023.09.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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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 분석…“기원, 목적, 내용 차이”
“한국 추석엔 조상 차례·풍년 의례 성격 강해…중국은 달 제사가 핵심”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따져 진 쪽은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쪽에게 사례하였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중)

신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음력 8월 보름을 중요한 날로 여겨왔다.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제3대 왕인 유리이사금(재위 24∼57년) 시절 왕녀의 주도하에 여성들이 편을 나눠 길쌈놀이를 하고 노래와 춤, 각종 놀이를 벌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신라의 대표적인 명절 가배(嘉俳·가위를 이두식 한자로 쓰는 말), 즉 오늘날의 추석이다.

839년 중국 산둥(山東) 일대를 다녀간 한 일본인 승려는 신라인들이 절에서 가배 명절을 즐겼던 사실을 전하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신라만의 풍속’이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이어 온 우리 추석은 날짜가 같은 중국·일본의 명절과도 차이를 보인다.

29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김인희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은 최근 발행한 소식지에 실은 글에서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仲和節)은 각기 다른 기원과 목적, 내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과 중추절 모두 음력 8월 15일에 해당하는 중요 명절이다.

김 소장은 “추석은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사로, 남부지방에서는 조상에게 새로 수확한 벼를 바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차례와 성묘를 지내는 게 대표 의례로 꼽힌다.

둥근 달 아래 서로 손을 잡고 빙빙 도는 강강술래, 멍석을 쓰고 소 모양으로 가장해 집마다 찾아다니며 음식을 나눠 먹는 소놀이 등은 추석 때 풍년을 기원하는 문화다.

김 소장은 “한국의 추석은 다양한 풍년 축하 놀이가 거행되는 등 풍년 의례적 성격이 강하며, 달을 감상하는 것은 부가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중추절은 달에 대한 제사가 핵심이다.

김 소장은 “달이 뜰 무렵 제단을 차리고 진흙(으로) 토끼를 만들어 제상에 올리고 아이들이 제사하는데, 이런 요소는 한국 추석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음식도 추석은 송편이고 중추절은 월병(月餠)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송편은 쌀가루를 반죽해 그해 수확한 콩·팥·밤 등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뒤 솔잎을 깔고 찐 떡이다. 월병은 밀가루 과자 안에 팥을 비롯한 각종 소를 넣어 둥근 달 모양으로 구워낸 음식이다.

학계에서는 추석이 중추절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두 명절이 서로 영향을 받은 것일까.

김 소장은 “추석과 중추절은 발생과 내용, 목적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추절이 신라에서 기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의 기원을 따지기보다는 서로의 명절을 이해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앞으로 국가무형문화재(내년부터 ‘국가무형유산’으로 변경)가 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등 우리 대표 명절 5건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추석과 관련해 “동아시아 내에서도 우리의 추석은 달 제사를 지내는 중국, 일본과 달리 조상을 기리는 의례가 강조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2006년 중추절을 우리의 국가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국가급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한 뒤, 2008년부터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역사와 문화를 담은 교육 분야, 놀이 프로그램 개발 등 각종 문화콘텐츠 분야와 학술 연구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지정은 30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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