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구 건축사
길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풍경을 만난다. 생전 처음 만나는 도시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집중해서 보게 된다. 보도블록의 정밀한 패턴, 이음새, 개성이 넘치는 가로등, 작은 건축물, 초대형 빌딩, 이를 이루는 조화, 이러한 사물들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다들 그러하다. 설계를 하는 사람이든, 시공을 하는 사람이든 깔끔하게 잘 정돈되고 정밀하게 잘 맞춰진 피조물들은 건축인들을 미소 짓게 한다.
건축인들은 해외의 건축을 둘러보는 기행의 기회를 갖는데 첫 번째가 중국 상하이였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도시와 사람이다.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맞이한 곳은 푸동지구였다. 푸동의 중심지구는 중국 금융의 허브에 해당하는 곳이다. 현대건축의 모습은 같은 듯 다르게 저마다의 개성을 갖는다. 상하이는 국제적인 도시답게 세계 유수의 저명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많다. 그들의 건축물들을 바라보면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수백 수천가지의 디자인을 달리한 미천루(摩天樓)가 나의 시선을 압도했다. 건축학적 실용성에 화려하거나 예술적인 감각을 가미한 다양한 건축물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어느 건축가는 “건축을 정의하기 위해 한 단어만 사용해야 한다면, 건축은 감동이다. 감동이 없다면 건축도 없다. 오직 건물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상하이의 건축물이 그러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떠오른 상하이에 대한 생각은 ‘건축물, 디자인, 조화, 도시, 감동’이었다. 그 감동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해 나의 주된 건축 일에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감동에 한 가지 더 덧칠하고 싶은 게 있다. 비단 위대한 건축물에만 감동이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터, 보금자리에도 감동이 있다. 높고 푸른 하늘과 구름,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하늘이 우리의 보금자리를 비추는 계절이다.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 나의 꿈, 나의 이상(理想), 내 최고의 건축물을 구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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