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개의 충직성과 안내견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개의 충직성과 안내견
  • 경남일보
  • 승인 2023.10.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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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최자(崔滋)가 쓴 ‘보한집(補閑集)’이라는 책에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의 의로운 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거령현(현재의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에 김개인(金蓋仁)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김개인은 개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개를 사랑해 어디든 함께 다니곤 했다. 어느 해 봄 장날이었다. 그날도 김개인은 장을 보러 가면서 개를 데리고 갔다. 김개인은 장에서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다. 날이 저물도록 친구들과 함께한 김개인은 그만 술에 크게 취하고 말았다. 김개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개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결국 김개인은 취한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잔디밭에 쓰러져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 근처의 들에서 불이 나서 김개인이 쓰러진 잔디밭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개가 아무리 짖어대고 옷소매를 물고 끌어당겨 보아도 김개인은 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했다. 개는 다급히 가까운 냇가를 찾아가 자기의 몸에 물을 흠뻑 적신 뒤 김개인 주변에 불이 붙은 잔디에 뒹굴며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기를 몇 차례나 반복하니 다행히 잔디밭에 불길이 잡혀 더 이상 타지 않았다. 하지만 김개인이 잠에서 깨어 보니 옆에 개가 불에 그을린 채 죽어 있었다. 어찌 된 상황인지 알게 된 김개인은 그 자리에 개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무덤을 잊지 않기 위해 평소 들고다니던 지팡이를 무덤 앞에 꽂아두었다. 이후 그 지팡이가 자라나 큰 느티나무가 됐고 이 나무를 ‘개 오(獒)’와 ‘나무 수(樹)’자를 써서 ‘오수(獒樹)’라 부르게 됐으며, 이 마을을 1992년 8월부터 ‘오수마을’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충견 이야기는 숱하게 많다. 그런 사례들 속에서 개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우리 인간과 친숙하게 교감하고 의로운 행동을 하며 충직한 동물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개의 품성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훈련 시켜 특수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이른바 ‘특수목적견’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편한 장애인들의 불편한 부분을 대신해주고, 시각장애인들의 길 안내까지 도와주도록 훈련된 개를 안내견(Guide Dog), 또는 ‘장애인 도우미견’이라 한다. 안내견을 양성하는 안내견학교의 기원은 1916년 독일에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시각장애인이 증가함에 따라 올덴부르크(Oldenburg)에 안내견 학교를 개설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 사업은 유럽 각국으로 번져서, 1923년에는 포츠담에 맹인안내견 훈련소가 개설되고 1929년에는 M. 프랑크(Morris Frank)에 의해 미국 모리스타운에도 훈련소가 설립됐다.

특수목적견은 전부 고된 훈련과 선천적인 적성이 요구되지만, 안내견은 그중에서도 제일 까다로운 훈련과정과 적성을 요구받는다. 안내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내력과 집중력인데, 이 적성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개체를 골라서 그 적성을 개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안내견은 위급상황이 아니면 짖지 않도록 훈련받는데, 함부로 짖을 경우 안내를 받는 장애인의 상황판단을 방해하고 불안감을 줄까 봐 짖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훈련받는다. 또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물체가 주변에 나타나도 그쪽으로 관심을 주지 않고 안내 임무에 집중하는 고도의 집중력도 함께 요구하기 때문에 안내견이 되는 개체는 인간으로 치면 그야말로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Samsung Guide Dog School)가 유명하다. 초기에는 저먼 셰퍼드 도그(German Shepherd Dog)가 주로 사용됐다가, 이후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나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가 사용되고 있다. 리트리버 종은 외모도 호감형이며 지능이 높고, 체력이 뛰어나며, 공격성이 낮고, 사람에 대한 친화력도 좋기 때문이다. 외모 문제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요소에 속한다. 일단 안내견은 여차할 경우, 주인이나 타인을 압도해야 하기때문에 사람보다 힘이 세야 한다. 그래서 덩치가 큰 견종이 선택된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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