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산지재해불감증에서 벗어나야
[경일포럼]산지재해불감증에서 벗어나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10.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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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름철 장마철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피해를 받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겠지만, 가을장마와 태풍이 뒤늦게 찾아오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지구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종 재해가 발생하는데, 특히 산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산사태와 땅밀림 같은 재해다. 이런 재해가 발생하면 복구를 기본으로 해 다시는 그 장소에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사태 발생 시에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는 보다 빨리 이루어지지만,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더라도 그로 인해 간접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관계 당국에서는 조속히 복구에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해지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복구가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 산지재해불감증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진주지역에도 있다. 이 지역은 수십 년 전부터 땅밀림이 진행돼 산지 중 하단부에 폭 5m가 넘는 인장균열과 단차가 발생해 산지와 연접한 가옥이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받았다. 그 후 사면안정성검토 등 산지 재해를 효율적으로 복구하는 방법을 전문가들이 찾아 복구계획을 수립, 관계 당국으로부터 예산도 확보해 설계도 끝나, 곧 복구공사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 지역의 복구를 반대하고 있다. 더 이상 산지가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필자가 판단할 때 이 지역은 땅밀림 특성상 재해가 발생한 후 휴지기에 들어갔거나 어떠한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에 의해 또다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상황에 접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땅밀림은 재해발생지에서 재발생이 특징이라 복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젠가 재발생이 일어난다는 거다. 그렇기에 시급히 복구해야 함에도 인근 주민들의 복구 반대는 무모한 생각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다시 땅밀림 재해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복구를 반대하던 주민들이 입게 되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의 설득과 전문가의 이해를 위한 설명에도 수십 년 동안 다시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고집으로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피해를 고스란히 입겠다는, 휘발유를 들고 불구덩에 들어가겠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산지재해지역의 주민들은 조속히 복구하기 위한 길을 터줘야 한다. 산지 재해에 관한 문제만큼은 주민들의 이해 상충을 논할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다. 효율적인 산림경영을 위한 숲가꾸기나 임도 개설 등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산지 소유자들의 반대도 그런 측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산에서 자라는 나무는 자르지 않아야 한다는, 산지의 맥을 끊는 임도는 내 산에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나은 숲을 만들고 또 미래가치를 높이는 산지의 가치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이 분명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을 내려도 여긴 내 땅이고, 내가 사는 곳 주변이니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우기는 처사가 자신들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물론 관계 당국이나 전문가 등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년째 복구도 하지 못하고 집중호우 때면 또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공무원들과 무너지지 않을까 피하는 일부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산지재해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병폐라 아니할 수 없다.

제때 치료하지 않은 사람은 병이 재발하거나 더 심한 병으로 힘들어질 수 있듯 산지도 재해가 발생한 곳은 치료를 위한 복구가 우선이다. 그 원인이 정확하게 진단되어 복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예산이 책정되고 설계가 이루어지는 등 복구를 위한 노력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산지재해불감증은 타파해야 할 잘못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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