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청려장
[천왕봉]청려장
  • 경남일보
  • 승인 2023.10.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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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여름철 밭에서 가장 귀찮은 잡초 중 하나가 명아주다. 아무데나 잘 자라 강렬한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대지를 뚫고 올라와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다. 성가신 잡초지만 해열 살균제 같은 약재로 쓰인다. 어린 순은 여리여리해 뚝뚝 뜯어서 조물조물 나물로 무쳐 먹으면 식감이 일품이다.

▶명아주는 곁가지를 정리해 주면 2m까지 자란다. 처음 녹색이던 것이 성숙한 가을이 되면 밑동부터 온통 붉게 물든다. 잎이 돋을 때 푸른빛이어서 푸를 ‘청(靑)’과 명아주 ‘려(藜)’를 넣어 ‘청려’라 부르기도 한다. 영원과 장수의 식물에 비유된다. 한해살이지만 곧게 선 모습이 학을 닮았다 하여 학항초라고도 한다.

▶늦가을 명아주를 뿌리째 캐서 껍질을 벗기고 쪄서 말리고 다듬게 되면,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기품 있는 지팡이로 탄생한다. 청려장(靑藜杖)이다. 조선시대 50세 아버지께 바치는 청려장을 가장(家杖), 60세 마을에서 주는 향장(鄕杖), 70세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 80세 임금이 내리는 조장(朝杖)이라 해 장수 노인의 상징으로 쳤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100세 장수노인 2623명에게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청려장을 선물했다. 1992년부터 매년 노인의 날(10월 2일)에 100세 노인들에 선물하고 있다. 장수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실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세상이다. 백거이가 말한 남경희로(覽鏡喜老·거울보고 늙음을 기뻐함)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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