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스승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경일시론] 스승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10.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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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인간은 태어나 배우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어버이로부터 인간 생활의 기초를 배우고,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사회, 국가에 이바지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교사의 위치에서 가르쳐 낸 제자들이 사회구성원이 되고 국가의 간성이 된다. 따라서 나라가 보존되고 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은 그 모든 선생님의 은공이 가득 담긴 결과가 분명하다.

지난 7월 서울 S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일부 학부모가 시시때때로 제기한 극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달여 만에 대전에서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잇따른 비극이다. 교육부 자료에는 지난 5년여간 연평균 20명 정도(초등 12명 내외)의 공립 초·중·고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원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우울감·불안감 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권 붕괴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올들어 드러난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선생님들이 집회 등을 통해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매우 취약하다. 학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개 교사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학교장, 교육청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나 교사들이 혼자 수년째 수사, 재판을 받는 사례도 있다. 교육현장의 문제를 교육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교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송사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공교육의 붕괴, 교실의 붕괴, 교권의 붕괴가 새삼스러운 의제는 아니다. 협박당하고 멱살 잡히는 등 너무도 흔한 일들이라 만성화돼 버린 느낌이다.

보도를 보면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수업 중 잡담을 하거나 엉뚱한 짓을 해도 꾸짖거나 제재를 하기 어렵다. “때릴 테면 때려라”며 대들고 “때리면 교육청,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한다.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학생도 있다 한다. 학생이 가르치고 일깨워줘야 할 제자가 아니라 잘 모시고 섬겨야 할 상전이 된 것 같다. 오직 나와, 내 새끼만 소중하다는 이기심이 읽힌다. 교권 침해와 추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이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학생들을 통제하고 가르칠 최소한의 수단과 대안도 없다 한다. 필설로 다 옮기기 어려운 사례들도 수두룩하다.

예전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선생님은 임금, 아버지와 지위가 같았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당시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존중은 당연했다. 시대가 흐르고 몇몇 일부 선생님들의 과한 처벌 등이 문제시되고 학생들의 인권 강화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이 말은 점점 사라지게 됐다.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할 정도이겠지만, 봉건시대 스승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군사부일체식 권위주의는 사라져야 하나 교사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교사의 권위가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서 사랑, 존경에 기초한 사제의 관계나 참교육은 허상일 뿐이다. 교육의 기본이 무너지는 현실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교육주체들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교권 4법이 통과됐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종교에서 전생의 겁(劫)에서 피와 살을 나눈 부모와 자식은 8천겁, 스승과 제자는 1만겁(一萬劫)의 인연이 있어야 제자가 된다 한다. 스승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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