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경남 진주 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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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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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구 건축사
권명구 건축사


김중업은 1960년대 초∼198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던 건축사로 김수근과 함께 대한민국 건축계의 큰 산으로 꼽힌다. 이 시기 유능한 많은 건축사 중에 거장을 꼽는다면 이 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경남 진주에는 운 좋게도 두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진주성에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이 김수근의 작품이고 경남문화예술회관이 김중업의 작품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두 작품을 항상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고 영광이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작품이라 나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이 많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을 접한 것은 1988년도 내가 중학교 시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됐다. 당시 LG건설 마크가 있는 안전모를 쓰고 단정한 작업복을 입은 두 현장기술자가 지붕의 아름다운 큰 원형 오픈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나의 기억은 그러하다. 그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한데, 아마도 건축의 길로 들어서는 스위치가 켜진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 후 1990년대 고교 시절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 관람 후 친구들과 선생님의 눈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 야외공연장을 봤다.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건축학과 대학시절, 비로소 김중업이란 건축가를 학문적으로 알게 됐다. 감히 범접하지 못할 대한민국의 대가를 말이다. 서점에서 ‘김중업 평전’을 읽었다. 공부가 부족해서인지 반만 이해됐다. 그중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은 김중업 작품으로 급한 설계 기간과 건강 악화 등으로 기존 작품의 스케일을 키워 그대로 답습한 부분이 다분하며, 프로그램이 기단부 그리고 본실을 상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기범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일부는 인정 하지만 그 당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며 불쾌해 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얼마전 일본 도쿄에서 그의 스승을 만났다. 근대건축의 대가 ‘르꼬르뷔제’의 작품 우에노공원 소재 ‘국립서양미술관’을 볼 수 있었다. 김중업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묘한 공통점과 차이를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시대의 변화로 필요로 하는 공간이 다르기에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진주박물관은 원형을 상실하고 말았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그 원형은 잊혀질 것이다. 그러하기에 원형에 대한 설명과 기록을 해야겠다. 나도 어느덧 지천명의 시기이다. 그 기록은 내가 하면 되겠구나 싶다. 꿈과 가슴 벅찬 감동을 준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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