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9]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9]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1 2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뻘돌 모랫돌 자갈돌
제가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에 글을 쓰면서 우리 아이들 배움책에 쓰는 낱말들 가운데 어려운 말이 많다는 말씀을 자주 드렸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배움힘(학력)이 모자라다고 걱정을 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것을 풀 수를 내 놓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리 좋은 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배움책에 나오는 말을 쉬운 말로 썼으면 하는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4학년 과학책에 ‘퇴적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퇴적암(堆積巖)’은 ‘퇴적+암’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말집(사전)에서는 ‘퇴적 작용으로 생긴 암석. 기계적 퇴적 작용으로 생긴 사암·역암 따위의 쇄설암, 화학적 퇴적 작용으로 생긴 처트와 암염 따위의 화학적 침전암, 유기적 또는 생화학적 퇴적 작용으로 생긴 석회암, 석탄을 포함하는 유기적 퇴적암으로 나눈다’와 같이 아주 길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간추리면 ‘퇴적 작용으로 생긴 암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퇴적’은 ‘많이 덮쳐 쌓임. 또는 많이 덮쳐 쌓음’이라고 하니 이런 풀이를 바탕으로 쉽게 풀이를 하자면 ‘퇴적암’은 ‘쌓인돌’이라고 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암’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암(泥巖)’은 ‘뻘/진흙 니’에 ‘바위 암’자입니다. ‘니암’을 ‘이암’으로 쓰는 까닭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토박이말로는 ‘뻘돌’인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뻘돌’이라고 했습니다. ‘이암’을 말집(사전)에서는 ‘미세한 진흙이 쌓여서 딱딱하게 굳어 이루어진 암석’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서는 ‘진흙돌’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사암’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사암(砂巖)’은 ‘모래 사’에 ‘바위 암’으로 풀 수 있으니까 토박이말로 하자면 ‘모랫돌’입니다. 말집(사전)에서도 ‘사암’을 ‘모래가 뭉쳐서 단단히 굳어진 암석’이라고 하니 다른 말이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모랫돌’도 말집(사전)에 올라있는 말인데 ‘사암’을 찾으면 ‘모랫돌’이 비슷한말로 나오지 않고 ‘모랫돌’을 찾으면 ‘사암’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역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역암(礫巖)’은 ‘자갈 역’에 ‘바위 암’으로 토박이말로 풀면 ‘자갈돌’입니다. 말집(사전)에서 ‘크기가 2㎜ 이상인 자갈 사이에 모래나 진흙 따위가 채워져 굳은 것으로, 자갈이 전체의 30%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풀이 속에 ‘자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말집(사전)에서 ‘자갈돌’을 찾으면 ‘지표나 물 바닥에 쌓인 자갈이 진흙, 모래 따위와 뭉쳐 이루어진 바윗돌’로 풀이를 하고 있어 ‘역암’과 비슷한 말임을 알 수 있는데 두 낱말을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살펴본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암, 사암, 역암이 아니라 뻘돌, 모랫돌, 자갈돌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4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이라고 생각되시는지요? 쉬운 말을 두고 굳이 어려운 말을 가지고 가르치면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아이들의 배움책을 얼른 쉬운 말로 바꾸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