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프레임에 갇힌 총선, 미래가 없다
[경일시론]프레임에 갇힌 총선, 미래가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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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6일간의 긴 추석연휴 민심은 정치권에 아무런 경고도 주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의 불구속을 마치 전쟁에서 이겨 획득한 전리품인 양 앞세워 무죄를 입증하려는 야당도, 불구속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궁색한 선물 보따리로 귀향한 여당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귀를 막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었고 프레임에 갇혀 위기의식을 못 느낀 것이다. 아니 민심의 향배 따윈 이랑곳 않고 어떻게 하면 진영이 내세운 프레임을 더욱 굳건히 다져 승리하느냐에 골몰하고 있다.

그 징후는 이번 국회 마지막 국회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종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고 욕설과 독설, 논리가 실종된 어거지, 다수를 앞세운 전횡에 속수무책인 여당의 무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뚜렷할 것이다. 공천권을 거머쥔 권력자들을 향한 아부와 충성경쟁 때문이다. 추석민심을 외면한 이유도 다름아니다. 우선 공천부터 받아야 하기에 유권자들의 표심은 뒷전이다. 무엇이든 유리할대로 갖다붙여 단 한번이라도 더 언론에 노출되어 관심을 받기에 안간힘이다. 아시안게임 축구결승 한일전의 우승을 축하한다면서 내년 총선을 한일전으로 빗대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한술 더 떠 없는 야구 한일전 결승 승리라는 댓글로 망신을 당한 의원도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유난하고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신선한 바람도 없지 않다. 여당의 3선 하태경의원이 탄탄한 기반을 닦아온 지역구를 뒤로 한 채 험지인 수도권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의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하는 마음으로 이같은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생존전략이라며 폄하하고 있지만 결코 하고싶지않은 결단이다. 선거는 이런 작은 모티브로 격랑을 일으키고 엄청난 파도를 몰고와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고 신선한 기풍으로 유권자 등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가 수도권의 어느 지역을 선택해 출마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도 지레 선수를 치고 나오는 의원도 없지 않다. 그는 하태경의원은 체급이 한 수 아래여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떠오르는 여당의 다크호스 한동훈을 지목, 연제든지 상대해 주겠다며 자신의 몸값을 한껏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총선이 가까울수록 자가발전을 하는 제2, 제3의 정청래의원이 늘어나겠지만 이 같은 몸짓은 공천을 받기 위한 과장된 몸짓임을 유권자들은 익히 알고 있다.

내년 총선은 여야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중심에 정권 심판과 이재명 재판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자리잡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도리없이 정치권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선택이 제한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는 연약한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유권자들은 거대한 정치집단의 노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야당이 애써 정치판에 끌어들이려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제2, 제3의 하태경이 출현한다면 정치판은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 국회를 가상화폐 투기장으로, 범죄자를 공천해 국회의원이라는 벼슬을 안겨준 함량미달의 국회의원이 없는, 자격을 갖춰 권위를 인정받고 억지 논리로 국민의 웃음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에 환멸을 느껴 허무주의에 빠진 우리의 불쌍한 유권자들이 모처럼 신바람나고 희망찬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기엔 남은 총선기간이 너무 짧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에서 능력있고 소신있는 의원들이 움직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불출마를 선언하고 험지출마를 서슴치 않는 의원들이 우리의 정치판을 바꿀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단 한동훈이라는 ‘태풍의 눈’, 그가 정청래의 맞상대가 되어선 절대로 안된다. 우리의 정치를 천격화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강서구청장 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리에 도취할수록 독약이 될 것이라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권자운동으로 정치판을 변화시키는 캠페인도 지금쯤 기지개를 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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