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34]손님 (한영숙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34]손님 (한영숙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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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대낮,

고요한 성찬은 계속되고

―한영숙 시인의 ‘손님’

우리 집 데크 앞에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해마다 사과는 달걀만 한 크기로 열린다. 나는 그 사과를 따 먹어 본 적이 없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사과나무에 있던 새들이 혼비백산하듯 날아가고는 한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직박구리와 물까치 떼의 사과나무 점령 게임으로 일대가 분주하다. 대체로 집단 활동을 하는 물까치 떼를 개별적인 직박구리는 이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쫓겨나고는 한다. 낮 동안에는 사람이 움직이므로 새들이 범접하지 못한다. 그러니 사과는 주로 물까치 떼가 먹는 편이다. 벌써 사과나무에 사과가 없다. 아침저녁으로 사과나무에 든 손님 때문이다.

저 호박은 직박구리가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새콤달콤 사과를 많이 먹지 못한 직박구리가 물까치들을 피해 안전하게 성찬을 즐긴 흔적일 수 있다. 여름 한 철 사람의 먹거리는 손님부터 대접하는 일이 흔하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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