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탄력 잃은 우주항공청…조속 개청 돼야
[창간 특집]탄력 잃은 우주항공청…조속 개청 돼야
  • 문병기
  • 승인 2023.10.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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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특별법 국회 조기 통과를 촉구하는 범도민 궐기대회’에서 박완수 도지사와 박동식 사천시장 등 참석자들이 도민의 염원을 담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미국의 나사(NASA)를 꿈꾸는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설립될 것이란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천 유세에서 처음 밝혔다. 우주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설립 예정지로 거론된 사천은 물론 경남도가 환영의 뜻을 밝혔고 우주항공청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통령 취임 이후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올해 말 개청이란 원대한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회란 거대한 암초가 도사리고 있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워낙 정부의 의지가 강했고 우주항공청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연말 개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려면 우선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4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내 소위원회에서 이를 다루고, 이후 과방위 전체 심의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1차 관문인 과방위내 안건조정위원회의 4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이달 국정감사 기간 중 열리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넘어야 할 수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우주항공청 사천 설치.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완수(왼쪽 세 번째) 경남도지사와 박동식(오른쪽) 사천시장, 서희영(왼쪽) 사천상의회장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속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사천시
◇우주항공청, 사천이어야 하는 이유

사천이 항공우주청 설립 최적지임을 주장하는 것은 관련 산업과 연구기관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154개 항공우주기업 중 95개가 경남 및 사천에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항공 생산의 69.9%와 우주 생산의 43.4%를 경남이 책임지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가지정 MRO 전문기업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 등 항공·우주제품 조립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소재하고 있다. 또한 우주부품시험센터와 항공전자기술센터를 갖춘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국방기술시험원, 세라믹기술원, 재료연구원, 전자기술연구원(동남권지역본부), 경남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등 항공·우주 분야 연구기관도 소재한다.

KAI는 발사체 제작 전용 공장 및 위성의 설계 제작 조립 시험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센터를 운영 중이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우주부품시험센터도 미 NASA와 유럽우주기구의 우주 환경 시험규격을 충족하는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항공국가산업단지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설치되는 것이 경제적,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타당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 사천 설치에 대한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우주항공청 사천 설치에 대해 가장 먼저 딴죽을 걸고넘어진 곳이 대전이다. 대전시는 “경남 일원에 우주항공산업 관련 생산기지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클러스터화 하는 것은 산업적인 측면일 뿐이지 우주항공청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기능이 강한 만큼, 산업기반이 있다고 그쪽으로 갈 일은 아니다”며 경남 공약의 재고를 요청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도 가세해 대전 적지론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우주항공청 사천 설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 대전 유성 갑이 지역구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정부의 안에 반하는 대안입법을 제출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다.

대전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는 불투명해졌다. 대통령과 정부의 연말 개청이란 목표는 이미 물거품이 됐고, 과연 설립이나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경남도민 결의대회가 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사천시
◇향후 과제와 전망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의 행동은 ‘이전투구’나 다름없다. 국익이나 민생은 뒷전인 채 오로지 사익과 당리당략, 정쟁에만 눈이 멀어 사실상 내팽개치듯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의 도를 넘는 발목잡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어둠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4차례에 걸친 안건조정위원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가 특별법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로 합의했지만 결국 우주항공청 개청은 해를 넘겨 빨라야 내년 초가 되어야 문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안건조정위를 거치면서 불거진 여야의 견해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안건조정위는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과 항공우주청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우주항공청의 업무 범위, 우주·항공 산업의 정의와 범위, 직원들의 정주 여건 등에 대해 견해차를 드러냈으며, 우주항공청의 직접 연구개발(R&D) 수행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우주항공청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할 것인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을 우주청으로 이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유보됐다. 또한 우주항공청 주변 교육·주거 인프라를 조성해 우수 인재를 유입하는 방안도 불투명해지는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갈수록 더 쌓여가고 있다.

반면 당초 우주항공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부의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부분들도 당초의 정부안에서 후퇴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의 규모와 위상 등이 ‘반쪽짜리 우주항공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우주항공청 설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여야의 합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는 현실과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몰두할 것이 자명한 이들에게서 우주항공청이 조기에 설립되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가 않다.

이러한 현실들을 감안할 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정부의 안대로 특별법이 올해 중 통과되고 내년 초 우주항공청이 개청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내년 총선 이후 새판이 짜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고, 하나는 민주당과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다 양보하고 껍데기뿐인 반쪽짜리 우주항공청이라도 조기에 설립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아이들과 청년들이 가질 기회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다짐이 퇴색되지 않도록 여야는 물론 경남도민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천시의 준비사항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잡고 있다. 우주항공청 조기 설립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관련 기반 구축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주여건 마련과 교육 기반 구축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선제적으로 청사 후보지별 장단점 분석과 필요한 행정절차를 검토했으며, 이 자료를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에 제시했다. 조속한 부지확정과 함께 개청에 필요한 임시청사도 추진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한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우주항공청 근무자들이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주자를 위한 각종 지원시책도 마련 중이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박동식(오른쪽)사천시장과 윤형근 시의회의장이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찾아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속통과를 당부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사천시
우주항공청설치범도민추진위가 민주당사 앞에서 몽니를 부리고 있는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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