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남 공공의료 [1]지역이 아프다
진단, 경남 공공의료 [1]지역이 아프다
  • 임명진·박철홍
  • 승인 2023.10.1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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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건강권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보장해야 하지만 지역에 따라 의료 이용 과정에서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경남도민들의 건강권은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 것일까? 경남도는 10년 만에 다시 ‘경남도의료원 진주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의료 사각지역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에 경남일보는 경남의 공공의료가 앞으로 무엇을 강화하고,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하는 지를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필수의료도 부족…지역 의료 공백

진주에 거주하는 김 모(55)씨는 “고향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프시면 좀 큰 병원에 나가야 하는데, 주변에 그런 병원이 없어 진주나 사천까지 나가야 한다. 자녀들의 도움 없이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그럴 때마다 휴가를 내곤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의료 공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 폐쇄’, ‘원정 출산’, ‘의료진 못 구해 의료 차질’과 같은 뉴스가 끊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시장에서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공공의료의 비중이 극히 낮은 보건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의료시장을 민간의료가 주도하는 구조이다 보니 수익성을 따지는 시장 논리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 대도시로 의료 기반이 집중되는 반면 인구가 적은 지역은 경영 적자를 이유로 진입하지 않거나 기존 의료기관도 철수 또는 폐업해 의료서비스가 늘 부족한 양극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 진료과목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초기 설비투자 액수가 큰 응급이나 중증진료 영역의 경우 더욱 시장논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강권은 지역에 관계없이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지난 2022년 도내 18개 시·군 600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5기 경남도 지역주민 욕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과 타 지역 간 가장 불균형이 심각한 영역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44.1%가 ‘의료시설 및 서비스’를 꼽았다. 도민들 상당수가 지금의 의료서비스에 불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미충족의료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질병관리청의 ‘2021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경남의 ‘미충족의료율’은 2020년 8.4%(전국 1위)→2021년 7.2%(전국 2위)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 도내 18개 시·군별로 살펴보면 남해군, 함양군, 고성군, 함안군이 1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격차 커지는 의료 양극화

지역의료의 기반에 대한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제407회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는 경남도의 응급의료체계가 논란이 됐다.

경남도는 지난 4월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남도응급의료지원단’을 출범했지만 장병국(밀양1) 도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도응급의료지원단이 출범 이후 아직까지 전체적으로 종합 컨트로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장 의원은 “현장에서 119구조대와 응급의료기관과의 연결 등 신속한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역할을 철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완수 지사는 “지적에 공감한다. 역할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경남은 또한 지난 2017년 경남권역 외상센터로 경상국립대병원이 지정받았음에도 아직 전국 유일의 권역별 외상센터 미개소 지역으로 남아 있다.

헬리콥터 착륙장인 헬리패드의 설치와 관련된 예산 문제가 개소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지적한 정재욱(진주1) 도의원은 “경남도는 지리산과 남해안을 포함하는 권역이 매우 넓고,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외상센터의 역할이 아주 크다. 아직 센터 개소조차 못하면서 결국 피해는 도민이 입게 된다”고 했다.

실제 경남에서 다친 외상 환자들이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은 67.5%로 전국 평균 73.3%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역의료의 위기는 공공의료의 취약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진주시를 제외한 서부경남의 도시에는 종합병원이 대부분 없는 실정이다.

민간의료기관이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에 공공의료마저 제대로 기능을 못하면서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의 비중은 5.4%로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다. 그중 공공의료기관은 2021년에 총 229개소로 인구 100만 명당 4.4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역 내 의료서비스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10.8%에 그쳐, 민간의료기관의 89.2%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도내 공공의료기관의 점유율은 13.8%, 민간의료기관은 86.2%이다. 인구 100만 명당 공공의료기관의 수는 6.3개로 전국 시·도 중 7순위에 그친다.

지역의 의료공백은 생명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 더욱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19년 통계를 보면 도내 중증 응급환자가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유출되는 비율은 23.8%로 전국 평균 23.3%를 웃돈다. 전국 평균을 넘는 시·도는 전남(48.9%), 충남(32.8%), 경북(32.4%), 충북(35.5%), 경남 뿐이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역이다. 돈이 들더라도 의료만큼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임명진·박철홍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의료원 전경.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통과 직후인 2013년 6월11일. 경남일보DB
10년 만에 도의료원 다시 건립한다.

옛 진주의료원이 2013년 5월 문을 닫은 지 꼬박 10년여 만에 경남도의료원 진주병원의 설립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쳐 지난 3월에는 행안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 중앙부처의 행정절차는 마무리됐다.

경남도는 10월까지 진주병원의 의료·운영체계 수립용역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8월31일 개최한 제2차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드러난 진주병원은 19개 진료과목에, 300병상 규모의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달 중으로 공공건축심의를 거쳐 설계공모를 추진하고, 계획대로라면 2025년 건립에 착공, 2027년에 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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