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추석 선물
[경일칼럼]추석 선물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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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나라 4대 명절중 최대 명절이라 일컫는 추석을 보내고 다시 한번 추석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다.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별나게 밝아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추석을 월석(月夕)이라 부르는 것도 추석날 밤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곡백과는 무르익어 풍성한 먹거리를 선사해 주고 유난히도 밝은 보름달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추석 명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즐거워야할 추석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여론 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는 추석 명절에 대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은 결과 즐겁다고 여기는 응답은 48.8%, 즐겁지 않다고 여기는 응답은 44.1%로 나타났다. 추석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응답한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유가 54.7%로 제일 높게 나타 났고, 그 밖에 이유로는 명절 음식 등 차례 준비 8.6%, 명절 때 바쁜 업무 8.1%, 가족 또는 친척들 간의 갈등도 5.0%로 나타났다.

추석 명절 계획에 대한 조사에서는 집에서 휴식 (28.9%)과 가까운 가족 또는 친척 모임 (28.1%)을 선택한 답변이 1, 2위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향방문 및 성묘가 18.9%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차례와 관련된 질문을 해 보았다. 롯데멤버스가 추석 차례 문화 관련 조사한 결과 이번 추석에 차례를 지낸다는 응답은 42.7%, 지내지 않는다는 56.4%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에서는 차례를 지낼 것이란 응답이 43%, 지내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7% 가량 되었다. 그렇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추석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도시화, 핵가족화로 인하여 개인의 행복과 취향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추석 선물이다.

우리 민족은 추석에 웃어른께 선물을 돌리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갖고 있다. 그럼 추석 선물의 변천사를 한번 살펴보자. 1950년대는 한국 전쟁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를 갈구하면서 주로 음식을 선물했다. 쌀, 밀가루가 주종이었고 달걀과 고기는 고급 선물이었다. 1960년대는 설탕, 통조림, 라면, 조미료 등이 으뜸 선물이었다. 1960~1970년대는 곽 성냥이 주류를 이루었다. 성냥불이 확 일어나는 것처럼 가세가 번창하라는 뜻을 담은 선물이었다. 1970년대는 식료품에서 기호품이 대세를 이루어 옷, 내의, 화장품, 커피, 주류 등이. 1980년대는 통조림 참치가 인기 선물로 급부상 하는가 하면 지갑, 벨트, 넥타이와 같은 고급 잡화제품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는 홍삼, 수삼, 영양보충제 같이 주로 건강 관련 제품들이, 21세기에 이르면서는 모바일 시대에 맞춰 상품권, 호텔 숙박권, 휴양 시설 이용권 등 비싼 모바일 상품권이 선물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명절 선물은 시대상을 잘 반영해 준다.

선물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감정을 물질적인 표현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선물은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때론 선물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맺어주는 끈이 되기도 한다. 시대별로 추석 선물은 변천되어 왔지만 우리 조상의 추석 선물은 한결같다. 바로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라고 매년 온 가족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만나지 못하는 자식들에게 만남을 주선해 주신 우리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세상을 떠나도 자식걱정은 끝이 없어 이렇게 추석 선물을 주신 것이다. 이보다 고귀한 추석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통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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