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동창회
[천왕봉]동창회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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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같은 스승 문하(門下)서 배웠다 하여 동문수학(同門修學)한 동창생끼리의 친밀감은 누구에게나 각별하다. 생애주기 한창의 성장기에 적게는 3년, 많게는 6년 이상을 같은 교실과 운동장에서 볼 것과 때에 따라서는 안 봐도 될 것들을 모두 보고 생활했기 때문에 그 각별함은 예사롭지 않다. 정서적 교감을 간직하면서 졸업한 이후에도 살가운 교류를 나눈다. 그 공개의 장(場)이 동창회다.

▶출세한 사람의 폼 잡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우스개로 돈자랑 하거나 돈 없어 차용할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단다. 학창시절을 막 벗어난 시점에 그 진한 잔상이 가득한 정분을 과시하기 위해 자주 모이다가 직장을 얻는 시점에는 모임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다가 자녀를 혼인시키는 시점이거나 부모의 망사(忘死) 즈음에 반짝 활성화되기도 한다.

▶동창회 활동의 침체나 활성이 연관된 삶의 변곡점을 예외로 두고서도 동창회 혹은 동문의 가치가 점점 퇴락하는 트렌드가 엄연해지는 것 같다. 개인주의 팽배라는 사회적 사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창회가 열리지 않는 학교, 여러 졸업기수가 공동으로 주관하거나 심지어 여러 학교가 연합해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가 뭐래도 공동체 의식이 또렷한 기반, 사회통합화 기능을 묵묵히 지켜왔던 학교에서의 연분 희석이 안타깝다. ‘그래도 친구 아이가’, 동창의 인연으로 많은 것이 양해되고 그 동질감으로 일정한 시간을 공유했던 추억이, 단지 그리움의 대상이 된 세상이 되었다. 참 아쉽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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