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남 공공의료 [2]공공의료와 지역소멸위기
진단, 경남 공공의료 [2]공공의료와 지역소멸위기
  • 임명진
  • 승인 2023.10.17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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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살찌우는 시스템, 의료분야에서도 두드러져
진주의료원 폐원 후 맞은 코로나…공공빈자리 뚜렷
필수의료 확충이 '살기 좋은 지방시대' 토대 될 것
이제는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역 내 충족 여부가 일자리, 교육과 더불어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의료 인프라의 미충족이 인구 유출과 지역의 고령화를 촉진해 지역소멸 우려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지역소멸위기와의 상관관계

수도권 편중현상은 특히 의료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모든 의료인프라가 몰려 있는, 결국은 수도권을 살 찌우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공의료 인프라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이슈에 ‘지방소멸과 공공의료 인프라’가 포함된 것.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지방소멸은 당면한 사회문제로 지역 쇠락과 의료인프라 붕괴는 상호 작용하며 악순환 관계에 있다”면서 “지역 간 건강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바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를 통한 지역내 필수의료 확충은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달성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을 대응하면서 공공의료가 소진되거나 고갈되었음을 지적하고 향후 공공의료 회복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해 눈길을 끈다.

경남이 마주하는 지역 공공의료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경남의 경우 의령군, 남해군, 함양군, 합천군 등 13개 시·군은 임산부를 위한 분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분만 취약지로,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로 각각 지정돼 있는 실정이다.

도민들도 부족한 의료기반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운영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남해와 하동, 사천시, 산청군, 진주시 등 서부경남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9.3%가 ‘거주지역 내 공공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남해군이 94.2%, 사천시 74.3%, 하동군 73.2%의 순으로 높았다. ‘서부경남에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2%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또 93%는 ‘공공의료기관이 설립된다면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마산의료원 전경
◇공공의료, 선결조건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맞아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확인했지만 공공의료의 인프라가 단기간에 구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정작 기존 공공병원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병원은 주민 건강을 보살피고 인정받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병원들은 설립할 때는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만 설립 이후에는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서부경남 유일의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다. 그간의 누적된 적자와 운영상의 비효율 등이 단초가 됐다.

당시 진주의료원의 폐원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정 교수는 “공공의료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운영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적자인지, 아니면 공공의료의 역할을 다 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적자인지를 가려봐야 한다”고 했다.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인적자원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상태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산의료원 대외봉사 활동 장면.
경남의 공공병원은 마산의료원 1곳 뿐이며 규모 또한 298병상에 불과하다. 의료 인력도 부족하다. 마산의료원은 의사 정원은 28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23명으로 5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대해 나백주 서울시립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가차원에서 설립한 공공병원들이 제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만큼 행·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공공병원의 부재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났다. 진주의료원이라는 공공병원이 사라지고 10년 만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서부경남에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공공시설은 사실상 전무했다. 서부경남의 많은 확진자들이 창원에 있는 마산의료원까지 먼길을 이동해야 했다.

남해와 사천, 하동의 주민들에게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마산의료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은 물리적, 심리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서부경남에 다시 경남도의료원 설립이 추진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공공보건의료는 말 그대로 정부나 공공부문이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과 삶의 질 등에 대해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만든 정책 수단”이라면서 “그런 맥락에서 정책수단을 새로 만들고 없애고 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의 건강, 삶의 질 등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진·박철홍기자 sunpower@gnnews.co.kr

김진평 마산의료원 원장 “공공의료,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김진평 마산의료원장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코로나 이전으로 경영 상황이 회복하려면 4년 이상은 걸릴 것 같습니다. 내년, 내후년이 더 문제입니다.”

김진평 마산의료원 원장은 “누적적자가 지난 5월까지 23억이다. 연말이 되면 60~70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지방의료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산의료원은 경남의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지난 3년간 전 직원들이 확산 저지에 고군분투했다. 마침내 코로나가 종식되고 마산의료원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남은 건 적자 누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김원이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35개 지방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지난 6월 기준 평균 46.4%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의 80.5%에 비해 평균 41%나 떨어졌다. 35개의 지방의료원 중에서 경남 유일의 마산의료원도 2019년 86%에 달했던 병상가동률이 47%로 급감했다. 1일 평균외래환자의 수도 2019년 821명에서 581명으로 29%가 줄었다.

김 원장은 “2020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던 입원환자들의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가 종식된 지금은 손실보상금마저 중단돼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298개의 병상을 보유한 마산의료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47억3128억의 흑자 운영을 했다. 정형외과를 비롯해서 내과, 신경과 등의 실력있는 의사들이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쌓아왔다.

김 원장은 “실력과 사명감을 갖춘 의료진들이 장기간 근무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자연스럽게 의료원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공공의료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료진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진·박철홍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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