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빈대
[천왕봉]빈대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8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기 논설위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빈대 낯짝. 빈대 붙다. 빈대만큼 다양한 속담을 가진 해충도 없다. 인류 곁에서 오래전부터 서식해온 해충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빈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의 박멸됐기 때문이다. 한 때는 벼룩이나 이처럼 인간생활 전반을 공유하던 대표적 체외 기생충이었다.

▶빈대는 주거 공간 변천에 따라 동굴에서 사람의 보금자리로 세력을 확장했다. 5㎜ 정도 납작한 몸체로 침대나 가구 틈새에 은신해 있다가 야음을 틈타 인간의 신체를 습격해 흡혈하고는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릴라 전법에 능하다. 먹지 않고 4개월 이상 버티고, 흡혈 뒤에는 최대 18개월까지 먹이 없이 살아남는 생존의 달인이다.

▶지금은 생김새조차 기억에 없지만, 빈대가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그것도 살기 좋다는 유럽 대도시 중심으로 등장해 경악케 하고 있다. 내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빈대 습격’에 프랑스가 패닉상태에 빠져 난리란다. 런던에서도 빈대소동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해충 빈대야 방역만 제대로 한다면 퇴치할 수 있다지만, 염치없기로 ‘빈대’ 같은 사람들이 문제다. 조상들은 빈대를 비루하게만 보지 않았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고 염치를 알았다. 요즘 정치권 모습을 보면, 보는 국민이 더 부끄럽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늘어놓는 궤변과 집단오류에 빠진 양극단의 선택적 언행이 딱 ‘빈대 낯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