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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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10.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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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이 나라 최연장자 김남조시인 10월에 지다(1)
96세 여류시인 우리나라 문단 최연장자 10월 10일 향기로운 날 받아 돌아가시다!

김교수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찍이 일본 후쿠오카시로 유학하여 규수여고를 졸업하고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재학중이던 1948년 『연합신문』에 시 「성수」,「잔상」 등으로 등단하고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평생 근무했다.

김교수는 피난시절 마산고등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경남지역과 인연을 맺었고 마산고 교사시절 제자로 이중(李中, 전 경남신문 사장) 시인 등이 있다. 김교수는 구상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고 최근까지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명예교수로 제자에 허영자(함양 유림), 신달자(거창) 등을 두고 있었다. 그녀는 재직학교, 제자들 면면으로 볼 때 경남지역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김교수는 천주교 신자로 평생 가톨릭적 사랑과 묵상의 세계를 떠나본 일이 없는 시인이었다. 그녀의 세례명은 마리아 막달레나이고 그녀의 부군 고 김세중 교수(조각가)는 절두산 순교성당 설계로 유명세를 얻었다.

김교수는 지난 7월 월간지 『우먼센스』 인터뷰에서 “아직도 나는 시를 구걸하고 시에 목마르다.”

고 했다. 그리고 “나는 문학공부를 한 적이 없는 데도 시대가 스승이었고 역사적 사건들이 시를 쓰도록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시인의 영결식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한국시인협회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송별시를 제자 신달자 시인이 읽었다.

김남조 시인의 시는 그야말로 성스런 시로서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성모의 밤」이라는 시를 먼저 읽으면 시가 여성스럽고 우아하여 티 없는 ‘성모 신심’을 접할 수 있다.

“연초록 잎새하며/ 희디 흰 꽃덤불 꽃가지에서랴/ 아련한 꽃내음/ 물 번지듯 풍겨오고// 하늘 아른 아른 푸르고 맑음에랴/ 별빛도 서걱이며/노래인 양 울려오는// 오월입니다/ 당신의 꽃祭를 이 속에 꾸미옵기/ 진정 옳고 보람지던/ 어머니의 聖月// 흰 옷 매무시/ 흰 수건이/ 물살마냥 싱그럽고/ 촛불 밝혀 모여든 얼굴들/환히 물빛보다 더 맑아/ 복되도다// 일찍이/ 이 마음의 밝음을 바랐고/ 보다 더 이 영혼의/ 밝음이 원이었거니// 어머니여 우리의 머리 위에/ 생명의 단비를 뿌려 주소서/ 우리의 가슴 그득히/ 시듦이 없는/ 당신의 장미를 심어 주소서”

5월은 천주교회력으로 ‘성모 성월’을 지낸다. 전국의 각 성당은 그 성월 중 하루 저녁 맑은 날을 받아 ‘성모의 밤’ 행사를 치른다. 성모 마리아상 앞에 꽃덤불 치장을 하고 장미 송이나 꽃다발을 신심단체별로 드리고 기도는 ‘레지오 마리에’ 군단의 기도를 합송으로 바치면 성스런 하늘은 별빛으로 반짝여 하늘과 땅이 하나로 축도의 시간으로 촛불이 탄다. 행사 이름은 ‘성모의 밤’이다. 김남조 시인도 예외 없이 천주교 신자이므로 이 성모의 밤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속 성당에서는 시인에게 ‘성모의 밤’ 축시를 부탁했을 것이다. 그럴 때 시인은 목소리가 안 좋을 때를 제외하고는 감사한 마음으로 낭송의 영광을 누렸을 것이다.

필자도 「성모의 밤」 시편만 해도 수십편이 될 것이다. 부산에 있는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이해인 수녀의 시는 전국 각처 성당의 행사추진위원들에게 인기다. 그 시집에 실린 「성모의 밤」 시를 필사하여 신자 낭송가나 목소리 낭낭한 학생을 골라 연습을 시켜 순서에 넣었을 것이다.

천주교회에서는 이 밖에도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축시를 넣기도 한다.

김남조 시인의 「主 나신 밤」은 성당에서 성탄 미사 말미에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정 성모의/ 미쁘신 보람,/ 그 몸 못 박혀 골고타의 등성길은/ 흥건히 보혈에 어린 대두/ 야훼 성부의 독생 성자/ 그 아들이심을//

오오 주 나신 밤의/ 맑고 간절하게. 가슴 부퍼 오름이여”

김남조 시인은 이렇게 시집에서 성당 달력의 갈피마다 시를 써 놓고 있다. 이는 김시인이 천주교 성사생활을 성실히 실천해 나간 정상적인 신자임을 확인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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