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보이스피싱, 영리한 대응 모색해야
[경일칼럼]보이스피싱, 영리한 대응 모색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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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헌 변호사
이송헌 변호사

 

말은 창조적 힘이 있다. 그래서 당신이 동료에게 그냥 ‘니네 아들이 여기 커피숍 앞에 지나가더라’라고 말하면, 그 동료는 진짜 자기 아들이 지나갔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갑자기 그런 전화가 오고, 아들의 목소리가 직접 들린다면 어떨까. 더욱 무서울 것이고, 납치범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부치기 쉽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딥페이크(Deep Fake)라 하여 아이의 음성이나 심지어 동영상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 나의 영상을 조작하여 타인을 속이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에게 거짓된 정보로 겁을 주고 돈을 빼내갈 수도 있게 되었다. 무서운 세상이 되어 간다. 진실을 알기가 어렵고, 생각보다 쉽게 남을 속이는 일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그것도 인공지능이 가짜 영상이나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도 무서운 세상이다.

모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무려 1조6645억원이라고 한다. 사기꾼들이 저렇게 큰 돈을 우리 서민들한테서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니 피눈물이 쏟아지는 듯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고, 그 예방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서도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조금 더 체계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첫째로 우리의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 음성에 불과한 ‘말’을 너무 쉽게 믿지 않아야 한다. 철저한 확인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말에 흔들리지 말고 실체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많은 사기 범죄의 피해자들은 사실은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묻고 확인하는 성실함을 길러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의 전화번호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휴대폰 번호는 천만단위이다. 010-1000-0000부터 시작하여 010-9999-9999까지 총 9000만개밖에 없다. 대한민국 인구가 5500만명이고 한국에 유입된 외국 인구 및 휴대폰 번호 2개를 사용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어떤 번호든 8자리를 누르기만 하면 누군가의 전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70%는 된다. 보이스피싱범들이 활개치기 좋게 되어 있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전화번호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비교하자면 미국은 인구 3억5000만명에 전화번호는 10자리이다. 90억개의 전화번호가 있다.

마지막으로 처음 거래하는 상대방과의 이체거래는 그 금액을 지금보다 낮추거나 이체에 까다로운 조건을 걸 필요가 있다. 수회에 걸쳐 보내게 하거나 고객은 힘들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다소 든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자금융보다는 직접 창구를 방문하는 거래가 필요하게끔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은행의 감시와 보호기능을 더한다면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국민들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충적으로 한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사기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법원은 신체의 완전성을 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벌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사기죄에 대해서는 약간 관대한 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사기죄일지라도 타인을 속인 범죄에 대해서는 그것을 엄벌하여 속임수에 의해 재산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가 강한 처벌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 음주운전 범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도 그 처벌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사기죄에 대해 엄벌을 한다면 사기범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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