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서리 맞은 구렁이
[천왕봉]서리 맞은 구렁이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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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 24일)이 지났다. 상강 즈음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산과 들녘은 온통 오색 단풍옷으로 갈아 입었다. 이른 아침이면 서리가 땅을 하얗게 뒤덮는다. 겨울이 점차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상강 즈음에 내리는 서리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반가우면서도 꺼려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서리의 찬기운은 산과 들녘의 나무 잎을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들게 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들뜨게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확기를 맞은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찬기운 탓에 몸과 마음이 위축되고, 바깥 활동이 줄어든다. 활기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첫 시작점이다.

▶수확기에 접어든 농작물은 서리를 맞으면 얼거나 곪는다. 농작물에 상당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농민들은 내리는 서리가 결코 반갑지 않다. 또 서리가 내리는 상강 즈음에는 동물들은 행동이 꿈떠지고, 겨울을 대비해 동물이 활동량을 조금씩 줄인다. 땅속에서 잠을 자며 겨울을 보내야 하는 동물들은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4高(고금리·고물가·고유가·고령화)와 3底(저성장·저출산·저소득)의 된서리가 내려져 있다. 이런 와중에 자연 마저도 무서리를 내린다. 된서리 위에 무서리까지 겹치는 설상가상이다. 너무나 오래동안 진행된 4고와 3저의 된서리에 모든 희망이 좌절된 서민들의 처지가 자연의 무서리까지 덮치니 기운도 쇠잔하고, 기백마저 없는 ‘서리 맞은 구렁이’와 같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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