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윤석열 정부의 역사·이념 전쟁
[시민기자]윤석열 정부의 역사·이념 전쟁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5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갈등·남북 간 대결 심화
실용적 노선 발굴·지향 필요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이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변화된 대일 인식의 역사관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1운동이나 8·15광복을 되새기는 기념사에서 독립 정신과 역사의식을 전하는 메시지는 사라졌다. 변화된 역사관의 결과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제가 판결한 신일본제철,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제3자 변제’라는 해괴한 방안을 만들었다. 일본의 해당 기업들에 대해 변제하라는 대법원판결을 한국 정부의 산하 재단을 만들어 한국 기업들이 변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는 대부분 독립전쟁을 자기의 뿌리로 인정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는 항일 독립운동을 근원으로 보아야 하지만, 작금에는 항일 독립운동을 적대적인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8월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하고 그 자리에 일제 만주군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던 백선엽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간도 특설대는 조선계 항일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대부분 조선인 간부와 지원병으로 구성되어 창설된 부대다. 또한 지난 9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란 질문에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뿌리는 미군정 시절의 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밝혔다.

이러한 역사 인식으로 인한 외교의 결과를 두고 한 언론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한일 관계를 “과거는 봉인되었고, 현재는 봉합되었고, 미래는 봉쇄되었다”고 표현한다. 대일 외교에서의 저자세와 양보의 명분은 한일관계 정상화다. 현 정부에서는 항일독립운동사가 한일관계 정상화 과정에 장애요인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마디로 굴종적 외교 참사다. 과거사 문제는 뛰어넘고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일본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었고,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국가 간 외교는 평화의 상태에서 전쟁 상황까지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마찰을 조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 저자세, 양보, 굴종 외교는 포괄적 해법이 아니다. 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외교정책이 현실화할까? 굴욕적 외교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한 번도 약자였던 적이 없었을 것이고, 약자의 편에 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사고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이제는 강한 사람 앞에서는 굽히고,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모습의 식민사관 시절을 넘어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념을 강조한다. 전 정부에 대해 지적할 때도 잘못된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규정한다. 민주주의 운동가나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되었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힌 집단이 되었다. 또한 공산전체주의,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현실은 철 지난 반공 이념을 논한다. 이는 헌법에도 명시된 평화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의무에 반하는 주장들이며, 남북 간 이념적 대립을 앞세우고 대결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역사·이념 전쟁은 분단을 더욱 고착화 시킬 것이다. 평화와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하는 대결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고통을 받았던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며 실용적 노선을 발굴하고 지향하자.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 부역자들이 칭송받고, 독립투사들이 모욕을 당해서야 되겠는가?

최웅환 시민기자(통일학 박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