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옹기종기 볕을 쬐고 있는 저 백발노인들
그 누구도 그립다 말 못 하고
먼 하늘만 보고 또 보고
―벼리영 시인 ‘요양원’
박경리 작가는 시 ‘옛날의 그 집’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또 ‘천성’에서는 “감정도 탄력도 느슨해져서…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하다”라고 한다. 그렇다. 박경리 선생처럼 견딜 만하면 되는 것인데, ‘요양원’의 저 노인들은 결코 견딜 만하지 않거나 견딜 수가 없다. 모진 세월과 늙음까지는 견딜 수 있다손 치더라도 버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리움’이다. 늙을수록 그리움은 자란다. 늙는다는 것이 슬픈 일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늙을수록 커지는 그리움의 농도 때문일 것이다. 주마등같이 스치는 젊은 날, 보고 싶은 자식들, 지나간 어느 것 하나 생각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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