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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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10.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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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이 나라 최연장자 김남조시인 10월에 지다(2)
김남조 시인의 스피치(담화, 연설, 말하는 언어 등)는 대체로 여성적 서정적 시적이다. 문인들 앞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껏 뽐내는 시적 이미지나 표현을 거친 대목들로 눈길을 끈다. “오늘 우리들이 모여서 강을 이루듯이 오늘의 삶도 강으로 구비칩니다….” 실제의 한 대목이 아니라 원로 김남조의 문학행사 초두에 하는 축사, 격려사 성질의 스피치이다, 어떤 대상이나 목표나 지향의 언어가 아니라 보편적인 문학 분위기를 자아올리는 말이라 구체성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중진 대가이므로 들어주고 박수 쳐 주어야 한다. 김시인은 젊은 교사시절부터 미인에 속하여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들이 더러 더러 있다. 마산고등학교 교사 시절에 같이 근무했던 억센 경상도 말투의 선생들의 접근 실패담이 사금파리 조각처럼 남아서 전설이 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인들의 스피치 성향을 2대별 하면 김동리와 서정주의 스피치다. 소설가 김동리는 일찍이 문장론 등 이론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논리적 스피치로 이름났다. 이 상대되는 사람은 시인 서정주다. 서정시의 표본이라 하는 시적 흐름을 만들고 있는 사람의 스피치므로 서정문장과 같은 스피치이다.

필자가 고교생일 때 개천예술제 1960년 백일장에 나갔는데 당시의 한국 여류의 대명사였던 모윤숙 시인의 말씀을 들었다. 표절하지 말라는 내용의 짧은 스피치였다. “이번에만 살짝 숨겨서 써먹는데 어떨까 하고 시작한 표절이 평생을 갈 수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이 스피치에서 역사적 인물인 모시인은 “진주성 성주 설창수 시인에 대한 칭찬과 그 선구자적 입지를 유려한 말씨로 설명했다. 이분 스피치는 논리와 서정의 중간쯤 되는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나 스피치 하면 우리나라 시인들 중에서는 으뜸 자리에 파성 설창수가 놓인다. 그는 타고난 웅변가다. 경상도 일대에서는 웅변대회가 많은데 이는 개천예술제에 개설된 웅변대회의 영향일 것이다. 그는 낭송과 웅변을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설창수 웅변 기법에는 무의미 웅변기법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나 그 이후 수많은 파성 웅변을 들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개는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파성의 스피치에 색다른 이해에 도달한 것은 시 기법에서 잘 쓰는 슈르리얼리즘 기법에 이어놓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성은 어떤 때 스피치를 머금는 듯, 중얼거라는 듯 무슨 말인지 모르도록 끌고 가다가 갑자기 급전직하 내리치는 탁자 소리와 속도 빠른 고함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렇다 정신 차리기를 시도하거나 깜짝 뭉클함을 만드는 특유 언술의 기법을 아무도 몰래 시도한 것이리라. 거기에 비해 김남조 시인의 흐름은 아주 유한하다. 필자는 김남조시인이 서정주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을 특별히 애송했다는 말을 들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김남조 시인의 스피치에는 이런 어법과 말투가 녹아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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