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남 공공의료 [3]지역소멸 위기, 공공의료 확충 시급
진단, 경남 공공의료 [3]지역소멸 위기, 공공의료 확충 시급
  • 임명진
  • 승인 2023.10.3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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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020년 7월 당시 정부는 코로나19로 취약성이 드러난 공공의료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며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에 머물 지역의사를 뽑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놓고 의료계와 이견을 노출하며 무산된바 있다. 정부가 다시 추진에 나서면서 경남도는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를 찾아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정원을 기존 76명에서 150명 이상 늘리고, 100명 이상 규모의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신설 등 총 250명 이상 배정해 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지역 보건소도 의료 인력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서는 까닭은 의사 부족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경남을 비롯한 전남, 경북 등 농어촌이 많은 지역에서는 의과대학 유치가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지방의 의료원과 종합병원급을 내세우는 병원에서도 필수 의료과목인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소아과 등의 의사 구하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실제 산청의 보건의료원은 올해 내과 의사 1명을 뽑는데 수차에 걸친 공고를 낸 끝에 간신히 채용에 성공했다.

특히 민간병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은 보건소와 지소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사 마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공중보건의사는 병역의무를 보건소, 보건지소, 의료취약지의 응급의료기관 등에 배치돼 3년간 복무하며 지역보건의료의 한 축을 담당한다.

지난 9월 함안군의회는 김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취약지에 공중보건의사의 확대 배치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함안에 배치된 공중보건의가 적다 보니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의료취약지역은 민간병원이 부족해 의료인력의 상당 부분을 공중보건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공중보건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5월 통계를 보면 보건소를 비롯한 전국 1217곳 가운데 340곳에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이 45%로 가장 높고, 경남은 163곳 중 48곳(29%)에 이른다.

 

 


◇의사 확충…공공의료 선결 조건

경남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체적으로 전담팀을 꾸려 거창·통영 적십자병원 신축 이전, 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김해의료원 추진 등 공공의료 기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병원을 만든다고 해서 의사 수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통계를 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국내 전체 의사의 54.3%가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집중돼 있다.

경남에서 활동 중인 의사의 수는 전국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1년 기준, 경남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5명(8371명)으로 전국 3.1명(15만9970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양산시(3.6명), 진주시(3.4명), 창원시(2.8명)가 경남 평균보다 높고, 나머지 지역은 평균 이하다.

경남연구원은 ‘경남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과 정책과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인구의 고령화 등에 따른 진료과목이 과거에 비해 훨씬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많은 수의 의사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통계를 보면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진료비 비중은 2012년 33.3%에서 2021년 42.4%로 9.1%(23조 6109억)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체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의사의 부족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사 수의 정원 확대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사협회는 “단순한 양적 확대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사들의 필수 의료과목 기피 현상과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는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 부담과 열악한 근무 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어 이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정책위원장은 “수가를 정했는데 일부 현실과 안맞는 부분이 있다.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 의사가 지방에서 충족이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일 큰 문제가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당직 서느니 피부·성형 분야로 개업을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의사들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대학교 교정에 걸려 있는 의대유치 기원 현수막
◇창원시, 의대 유치 열망

인구 100만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창원시는 오래전부터 의대 유치를 갈망해 왔다. 경남의 산업 중심지로 각종 의료수요가 높지만 의료인력 양성기관이 전무해 서명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유치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도내 유일 경상국립대의 의대 정원은 76명으로 전국 의과대학 40개소에서 배출되는 3058명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경남의 인구 1만명 당 의대 정원은 0.23명으로 전국 평균 0.59명보다 적다. 부산 1.02명, 광주 1.74명, 강원 1.73명, 충남 0.63명, 전북 1.31명, 경북 0.63명에 비해서도 확연하게 적다.

경남뿐만 아니라 경북과 충남, 전남 등에서도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분출돼 왔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지역에 머물 의사가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전국 의과대·의전원 총입학자 2526명 중 수도권 출신은 1171명으로 46.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비수도권으로 발령을 받더라도 다시 수도권으로 진입을 희망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의사 유출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의대 설립과 정원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에대해 경남연구원은 “경남의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신설, 정원 확대 등 정부와 의료계의 지원이 필요한 중장기적 정책과제와 의료인력을 위한 정주여건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의 단기적 정책과제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명진·박철홍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의료취약지, 민간의료 최대한 활용해야”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확충되는 과정에서 질적 수준을 어떻게 확보하는 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의료취약지를 비롯해 기존의 민간의료 시설이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마 위원장은 “의료취약지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병원을 모두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기존의 민간의 의료시설이나 자원을 공공의료를 지원하는 병원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이제는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제안의 배경에 “공공병원 건립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문제이지만 짓고 나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을 짓더라도 운영상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진주의료원의 사례처럼 공공병원이 설립되더라도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어야 사람들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마 위원장은 “현재 민간과 공공의 영역이 9대1의 비율이다. 공공의료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공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의료의 질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진료행위는 민간이나 공공이나 똑같다. 비용과 효율성을 따져보면 기존 농어촌 지역의 민간병원이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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