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국의 ‘웰빙 지수’는?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국의 ‘웰빙 지수’는?
  • 경남일보
  • 승인 2023.10.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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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2000년 이후의 일이다. 영어에서의 ‘well-being’은 ‘안녕(安寧)’ 내지는 ‘복지’라는 뜻으로,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잘 지내는 또는 잘 사는 정도 또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터넷 사이트 “The Well-being Way” 운영하는 Davies는 ‘당신은 웰빙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만족할만한 건강 상태, 당신 삶의 모든 측면, 즉,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차원의 행복과 번영”을 그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킨토쉬(R. MacIntosh)와 그 동료들은 신체적 건강과 웰빙은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생리학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근원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웰빙의 개념은 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이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생의학적 모델에서 건강이 개인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받게 되는 사회적 모델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개념이다. 이러한 보건 의료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해 1974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웰빙한 상태”라고,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건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한편 기독교나 간호학 분야에서는 WHO의 건강 개념에다 ‘영(sprit)적 건강’을 추가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절대자, 자신, 이웃,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총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Social Progress Imperative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의 사회 및 환경 성과를 평가하는 다중 지표 지수인 ‘사회 진보 지수(Social Progress Index)’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웰빙지수’의 세계 랭킹을 발표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웰빙과는 그 측정지표와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조사 결과는 지난해에 12개 분야에 걸쳐 ‘식량, 물 등 인간의 기본적 욕구’, ‘교육, 보건 등 장기적 발전 기반’, ‘기본권, 자유 등 기회’ 등과 같은 60개 항목들을 중심으로 16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것이다. 국가별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진보 수준 및 삶의 질적 수준 등을 광범하게 조사한 결과인 것이다. 이 조사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상태로 살아가며, 어떤 나라들이 뒤쳐져 있는지, 사회적 진보를 가속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등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려는데 그 취지를 두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SPI가 발표한 ‘사회 진보 지수’의 결과에서 이목을 끄는 내용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 진보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는 90.74를 얻은 노르웨이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덴마크, 핀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스웨덴 순이었다. 이어서는 7위의 네덜란드, 독일, 다음으로 일본이 9위에 자리했고, 캐나다, 오스트리아에 이어 호주가 12위를 차지했다. 대체로 북서유럽 국가들의 사회 진보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사회 진보 지수가 나라들의 국민의 웰빙 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 진보 지수’ 순위는 전 세계 169개국 중 17위에 자리했다. 19위의 영국과 20위의 프랑스, 21위의 스페인이나 22위의 이탈리아, 그리고 28위의 싱가포르에 앞서는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반면, 세계 경제 패권을 거머쥔 이른바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사회 진보 지수에서 각각 25위와 94위에 그쳤고, 러시아는 59위다. 북한은 이번 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사회 진보 지수 랭킹 최하위권은 167위의 차드, 168위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마지막 169위는 남수단으로 나타났는데,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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