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항우연의 우주항공청 소속 법제화 미룰 것 없다
[경일시론] 항우연의 우주항공청 소속 법제화 미룰 것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10.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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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현 정부 출범후 지금껏 지역을 갑갑하게 만들어 온 우주항공청 설치 문제가 진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법제화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것. 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정부기관화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7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나온 말이다. 이 장관의 이 발언 직후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둘러싼 쟁점이 모두 해소된 걸로 본다고 했다. 우주청의 직속기관으로 되면 우주청 설치를 반대할 일은 없다는 의미다. 두 사람의 발언은 교착된 우주항공청 설치에 숨통을 틔우는 말이어서 반갑다.

우주항공청을 관련산업 집적지인 사천에 두기로 한 건 대통령 공약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관련 특별법안을 국회에 냈다, 그러나 대전 지역 소재 관련 연구기관들과 야당 반대로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커녕 상임위 소위원회에서조차 합의하지 못 하고 반년 넘게 질질 끌어온 거다. 이 때문에 연내 개청 목표 실현은 어렵겠다는 탄식이 나오던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에서 위와 같은 입장이 나온 거다. ‘사천 우주항공청’의 문이 쬐끔 열리기 시작한 것. 경남으로서는 퍽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릴 계제는 아직 아니다.

특별법은 왜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꽉 막혀 있었나. 현재 항우연과 천문연이 맡고 있는 연구개발(R&D) 업무를 신설 우주항공청도 별도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입지 불만 같은 숨은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표면은 그랬다. 우주항공청이 연구개발 기능을 갖게 되면 항우연과 천문연 존재 의의가 작아질 것을 두 기관은 염려했다. 정부로서는 신설청이 그 기능을 응당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우연과 천문연의 기존 연구개발 기능이 폐지·축소될 일은 없다고 정부는 강변했다.

항우연·천문연과 야당에서는 ‘그러면 두 연구기관을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기관화하라’고 제안해 왔다. 이런 터에 과기부 장관이 국감에서 두 연구기관의 우주항공청 소속 법제화에 동의한다고 한 것. 그런데 ‘우주항공청 신설 이후 두 기관의 우주청 소속 법제화를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출연한 여러 주체들의 속성과 형평성을 고려해서 방안을 찾겠다는 거다. 이에 항우연 노조와 야당은 법제화부터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중부지방과 야당에서 그동안 이런저런 명분과 이유를 내세워 우주항공청 사천 입지를 내심 반대했던 입장이 변한 것인가. 그리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27일 국감 때 “노조도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가 법제화된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입지와 관련한 의견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당과 관련 연구기관 입장이 이러하다면 지금껏 발목잡혔던 문제는 거의 풀릴 수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이제 정부가 법제화 결단 시기를 앞당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는 특별법 논의를 끝내지 못 한 채 지난 23일 종료되었다. 이로써 우주청 연내 설립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27일 국감에서의 전향적 발언들로 미루어 가능성의 희망이 생겼다. 여당은 오는 11월 11일 특별법이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부 여당은 부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정부가 법제화에 동의한 이상 관련 연구기관들이 요구하는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돌리는 입법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 시기가 촉박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면 최소한 ‘되돌릴 수 없는 보장’이라도 제시함으로써 특별법 제정을 결판내야만 한다. 그리하여 연내 개청을 실현해야 한다. 경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이점을 바탕에 깔고 정부 당국을 최대한 채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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