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소주와 세금
[천왕봉]소주와 세금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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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일제침략과 함께 한반도에 상륙한 희석식 소주는 낮은 생산원가를 무기로 전통의 증류식 소주를 대체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일제는 통치자금 확보를 위해 1909년 주세법을 만들었다. 세금을 쉽고 체계적으로 거두는 수법으로 직접세 대신 간접세 형식을 취했다. 직접세로 부과하면 세금을 올릴 때마다 조세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1916년에는 주세령을 시행한다. 총독부 허가 없이 빚은 술은 밀주로 규정하고 세금을 대폭 매기며 엄하게 단속했다. 그 바람에 증류식 소주 같은 고유의 전통 술은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일제는 값싼 희석식 소주를 공급해 술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밀주 단속으로 주세 수입을 챙기는 양동작전으로 세금을 수탈했다.

▶일제의 주세정책은 광복 후에도 이어져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소주 업체는 술을 만들면서도 핵심 원료인 주정은 생산할 수 없으니 품질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전국 9개 주정업체가 만든 주정을 ‘대한주정판매’가 일괄납품 받아 정부책정가격으로 소주 업체에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소주에 붙는 세금 3가지를 합하면 병당 출고가의 53%가 세금이다.

▶소주 값이 9일부터 오른다. 주정·공병 가격인상에 주세까지 올라서다. 증류주 종량세가 도입되면 소주 값은 더 오를 수도 있다. 물귀신처럼 붙어 다니는 세금 탓이다. 세금이 서민의 술을 옭아 맨 형국이다. 세수규모 대비 주세 비중은 이제 미미한 수준인데, 세금에 자유로운 소주는 기대할 수 없을까. 서민도 좀 더 괜찮은 소주를 마실 수 있게 말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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