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우주항공청 발목잡는 안건조정위원장
[현장칼럼]우주항공청 발목잡는 안건조정위원장
  • 문병기
  • 승인 2023.11.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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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정말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장으로서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에 제동을 걸면서 이 사안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누구인가. 그는 대전 유성 갑이 지역구로 우주항공청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부터 ‘대전 적지론’을 펴온 인물이다. 당시 여당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에 딴죽을 걸었다. 이후 우주항공청설립이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자 대전과 충청권 민주당 의원들을 규합해 가장 강하게 반대해왔다. 여기에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두려고 하자, “대통령 직속 우주전략본부를 둬야 한다”며 대안 입법을 내는 등 끝까지 몽니를 부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장이라는 칼자루를 쥐기 위해서도 애를 썼다. 결국 위원장을 꿰찼지만 특별법 조기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사사건건 정부의 안에 반하는 사안들을 제시해 발목을 잡고 시간을 끌었다. 위원장 자리에 앉았지만 협의는 고사하고 파열음만 냈다. 그렇게 안건조정위에 주어진 90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고,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 가능성은 옅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안건조정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 할 때부터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란 공약이 발표된 이후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위들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안건조정위원장이란 자리를 꿰찬 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낄 것이다. 특별법 통과를 지연시켜 내년 총선에서 대전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으니, 속으론 쾌재를 부를 지도 모를 일이다. 여당이 그 자리를 민주당에 양보한 이유는, 특별법을 조속히 매듭짓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애초부터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경남도민들이 성난 민심으로 국회 앞에서 항공우주청 특별법 통과를 외칠 때 그는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았다. 안건조정위원장이란 자리에 있던 야당 간사이고 보통의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민심을 헤아리려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 우주항공청 특별법 지연 이유와 설립 예정지에 대해 경남지역 정서와는 상반된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안건조정위원회 합의 위반 시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며 “우주항공청의 기능이 명확하지 않으면 입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는 우주항공청의 업무 범위나 규모 등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특별법 국회 통과는 물론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은 안된다는 협박성으로 들린다. 그가 주장하는 합의사항이나 기능의 명확성 등은 딴죽걸기로 보인다. 백번 양보해 이를 수용한다면 규모는 줄어들고 제 기능을 상실한 ‘반쪽자리’ 우주항공청, 간판뿐인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신의 말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경남도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도 계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에 가깝게 특별법 통과를 지연시켰다.

경남도민들은 조승래 의원에게 묻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동이 우주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진정한 충심인지, 아니면 대전지역 반발을 막아 내년 총선에서 개인 입지를 선점하려는 것이 아닌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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