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54)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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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이 나라 최연장자 김남조 시인 10월에 지다(3)
지난 번에는 김남조 시인의 스피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모윤숙, 김동리, 서정주, 설창수 등의 문인들 스피치에 대해 회고한 바 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김남조 시인의 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절 첫 번째 세미나가 1984년 10월 마산 3.15의거탑에서 시내쪽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던 호텔에서 열렸었다. 김시인이 57세 되던 해였는데 한국시협 전통이 회장이 되면 자기 태어난 고향이나 연고지에 가서 첫 번째 세미나를 여는 것이었는데 김시인의 태생지는 대구였지만 아마도 마산 피난시절의 추억이 유달랐던 그였기에 마산 세미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세미나의 주제는 「한국시의 전통」이었든지 「한국시와 서정」이었든지 어슴프레하게 기억에 가물거린다. 그 무렵 필자는 교수 6년차였으니 한창 공부에 빠져서 어디가서든지 시에 대한 간섭이나 논의에 열중했다. 그때 참석한 젊은 교수로 허영자, 이승훈,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등이 눈에 띄었고 마산에서는 이 중, 이광석, 진주에서는 김석규 시인과 필자가 참여했다. 세미나에서 토론자로서 필자는 오탁번 시인의 모더니즘 발언에 보충하여 1930년대 ‘34문학’과 이상 시인의 시 성격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세미나의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김남조 시인은 필자를 기억하고는 다음날 이어지는 돝섬기행에서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돝섬에 가서는 당시 그 섬에 생겨 있던 다방(카페)에 들어가서 60년대 출신 젊은 시인들이 정담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그 시간에 필자는 이근배, 유안진과 신달자 시인 등과 만난 것인데 좌중 화제는 필자가 꺼내었다.

“어제저녁 진주에서는 제일예식장에서 〈성파시조문학상 제1회 시상식〉이 있었다. 수상자는 삼현여중고 창립자 최재호 시인이었다. 나는 거기서 시상하는 성파 스님의 얼굴을 뵈면서 스님 얼굴이 눈에 띄는 동안이라는 걸 알았다.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좌중은 벌써 한국의 동안으로 넘어가 이희승 교수 이름이 거명되고 신달자 시인은 동석해 있던 이근배 시인이 동안이라고 지적하자 이때를 서로 쳐다보던 사람들 증 유안진 교수는 ‘강희근 시인도 동안이예요’하고 필자의 ‘순간 고독’을 지워주었다. 필자는 이 때 ‘저 유안진 시인’의 센스나 재치가 앞으로 한국 시단을 유력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예단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이 행사에서 화제가 된 인물은 당시 경남신문 사장이었던 이 중 시인이었다. 개회식 인사말에서 김남조 시인은 마산고교 교사시절 제자였던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지방신문사 사장을 지내고 있는 이 중(李中) 사장을 콕 집어서 소개했다. 늘 미소로 친근한 이미지를 풍겨준 이 사장은 이후 이 행사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자연히 이 마산행사에서 경남신문사 이광석 시인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김남조 시인과의 만남은 서울 행사에서 자주 있었지만 기억할 수 있는 만남은 필자의 대학동기 문효치(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전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시인의 칠순기념 『문효치시전집』(2013년) 출판기념회였다. 서울 앰베서드호텔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는 5백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김종길, 김남조, 고은, 허영자, 홍기삼, 정진규, 유안진, 이향아, 김여정, 하덕조, 유자효 등 문단 현역의 면면이 얼굴울 내밀었다.

김종길, 김남조, 고은 등이 축사를 했고 필자는 「문효치의 인간과 문학」에 대해 말하는 순서가 있었다. 기념회 순서에서 사실은 ‘인간과 문학’을 말하는 프로그램이 핵심 순서였다. 우선 저자의 인간을 총체적으로 아는 사람, 문학세계를 면경 들여다보듯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순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의 스피치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문시인은 친구인 내게도 말하지 못한 집안 연좌제 문제로 젊은 시절을 고통 속애서 보냈다. 병원에 가면 병이 없는데 한없이 야위어서 거의 죽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무렵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온 화려한 백제의 유적으로 하여 죽은 백제가 다시 살아나게 된 점에 주목하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유적들을 하나 하나 작품화하기 시작했다. 살아 꿈틀거리는 문명은 백제의 것이지만 이를 형상화하는 가운데 그 생명이 시인의 기운에 붙어서 백제가 곧 문효치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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