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7]맨발 걷기의 명소, 계족산 황토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7]맨발 걷기의 명소, 계족산 황토길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5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꼬물꼬물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힐링에너지
◇전국을 휩쓸고 있는 맨발 걷기 열풍

코로나19 이후 3~4년 동안 트로트 열풍이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적이 있다. ‘좋은 노래도 세 번 들으면 귀가 싫어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 트로트에 대한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그 열기가 다소 식어갈 무렵, 전국적으로 새로운 열풍이 일고 있다. 바로 맨발 걷기다. 건강과 힐링을 겸한 맨발 걷기 열풍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 본다.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부터 땅과 인체의 직접적인 접촉인 어싱(Earthing)이 사라졌다. 어싱은 지구에 존재하는 무한한 자유 전자를 몸에 흡수함으로써 신체의 활동을 돕는다고 한다. 땅은 풍부한 음전하를 지니고 있고 우리 몸은 양전하를 지니고 있는데, 이 두 전하가 균형을 이루면 우리 몸의 전기적 균형이 회복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어싱의 대표적인 행위가 맨발 걷기다. 맨발 걷기는 발바닥 지압 효과를 통해 혈액순환을 돕게 하고, 불면증과 두통 해소에 도움을 주며 스트레스 감소, 면역시스템 강화, 소화 기능과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편 맨발 걷기를 너무 무리하게 하면 부작용이 따르는데,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맨발 걷기 시간을 30분 내외로 하거나 지면의 이물질로 인해 발에 상처를 입었을 때 옮을 수 있는 파상풍 등에 유의하면서 걸어야 한다.

맨발 걷기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멀구슬문학회 문우들과 함께 대전 대덕구에 있는 계족산 황톳길 트레킹(걷기 여행)을 떠났다. 진주에서 2시간 30분 정도 달려 계족산 입구 장동산림욕장에 도착했다. 주차시설이 부족해서 그런지 길 양쪽으로 주차해 놓은 승용차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말 그대로 도로가 모두 주차장이었다. 맨발 걷기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황톳길의 참맛을 맛보다

계족산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에서 시작해 원점 회귀하는 순환 코스로서 총 길이 14.5㎞이며 5시간 정도 걸린다. 계족산 황톳길은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께서 2006년 4월, 지인들과 함께 계족산 산행을 하다가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 주고 자신은 맨발로 걸었는데, 그날 밤 조 회장은 꿀잠을 취할 수 있었고, 머리가 맑아짐을 경험한 뒤 ‘보다 많은 사람과 맨발 걷기의 즐거움을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계족산 임도에 전국의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았다고 한다. 지금은 조 회장의 염원이 성취되어 주말이면 전국에서 건강과 힐링을 위해 찾아오는 맨발 걷기 마니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황톳길 초입엔 신발장과 발을 씻을 수 있도록 수도시설을 해 놓았다. 큰 벚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넓은 길을 삼등분해서 1/3 너비에다 질 좋은 황토를 20cm 높이로 깔아 놓았고 나머지 2/3 너비의 길은 일반 걷기 길로 만들어 놨다. 황톳길을 찾은 마니아들이 맨발로 걷거나 신발을 신고 걷는 것은 스스로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많은 사람이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황톳길을 걷기 시작했다. 필자도 신발을 벗고 황톳길을 걸었다. 황톳빛 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향의 정서가 느껴지는데 맨발로 걸으니까 그 촉감이 정말 부드러웠고 고향길을 걷는 것처럼 포근했다. 특히 발가락 사이사이 파고드는 황토가 기분을 산뜻하게 해 주었다.

조웅래 회장 캐릭터 포토존(사진 명소)을 지나 좀 더 올라가자 계곡물이 흘러 내려오는 자연 세족장에서 발을 씻으며 족욕을 즐기는 탐방객들도 눈에 띄었다. 발이 즐거우면 만사가 행복한 모양이다. 황톳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만면에 화색이 돌았다. 30분 정도 올라가자 정자와 함께 세족 시설이 있었다. 신발 모양의 세족장에 들어가 발을 씻은 뒤 신발을 신고 이어지는 황톳길을 걸어갔다. 휴게소와 화장실이 있는 계족산성 사거리를 지나 잘 닦여진 황톳길을 20여 분 내려가자 황톳길을 조성할 때 나온 돌들을 철사 망에 넣어 만든 가족 조형물과 쉼터가 나타났다. 황토가 묻은 돌들을 모아 엄마, 아빠, 딸, 아들 네 가족의 형상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였다. 계족산 황톳길을 찾는 탐방객들의 다수가 가족 단위임을 보면서 황톳길의 특징을 잘 살린 조형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있는 옹달샘은 쉼터와 천연 세족장 구실을 해 주었다.

◇확 트인 세상을 만나게 하는 계족산성

숲이 우거져 있는 황톳길 길섶에 계족산성 안내판을 보고, 700m 가파른 길을 20분 정도 올라가니 산성 남문 터에 도착했다. 계족산성은 계족산 능선을 따라 머리띠를 두른 듯이 축조해 놓은 석성으로 길이 1200m 높이 7m 내외로 복원을 해 놓았다. 삼국시대 신라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해 놓은 백제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문, 동문, 서문터와 건물터, 봉수대와 집수지, 우물터가 남아 있다. 계족산성에서 동남 방향으로는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고, 서북 방향으로는 대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삼국시대 각 나라들이 각축전을 벌인 것 같았다.

계족산성에서 내려와 다시 황톳길을 따라 첫 출발지인 장동산림욕장으로 향했다. 긴 시간을 걸었는데 조금도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조웅래 회장이 처음 맨발 걷기를 했을 때 느꼈던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개운해졌고, 종아리에 근육이 새로 붙은 듯한 느낌과 발가락 사이에 꼬물꼬물 황토가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가장 낮은 곳인 발이 편안할 때 머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달음과 함께 맨발 걷기가 건네준 행복을 맘껏 누린 하루였다.

박종현 시인·멀구슬문학회 대표

 
돌을 쌓아 조성한 일가족 조형물.
세족장을 이용하고 있는 탐방객들.
계족산성으로 가는 가파른 길.
계곡에서 발을 씻고 있는 탐방객들.
계족산 황토길 안내도.
계족산 황토길.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청호.
계족산성의 남문터.
장동산림욕장 입구.
황토길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탐방객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