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연극, 희망과 미래를 담다
[경일춘추]연극, 희망과 미래를 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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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가을이 무르익던 10월의 마지막 주말, 거창 북상면의 월성청소년수련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빠와 아들,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언니 오빠를 따라 네 살배기 꼬마 손님까지 등장했다. 조용하던 수련원이 순식간에 온기와 활기로 채워졌다.

‘거창韓 가족 연극캠프’, 올해 처음으로 열린 1박 2일의 가족연극캠프였다. 우리 지원청은 연극을 특색교육으로 지정하고 연극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처음 가족 연극 캠프를 열었던 것이다.

스무 가족 50여 명이 참가했다. 대성황이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참가자들 사이에는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참가자들은 세 개 그룹으로 나뉘어 활동을 시작했다. 연극 기초 공부에 이어 팀 별로 실제 공연도 준비했다.

저녁 때 열린 발표회, 참가자들은 모두 배우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동작도 서툴고 대사도 매끄럽지 못했지만 객석에서는 웃음과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 모두가 배우도 되고 관객도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발표회 뒤, 참가자들은 월성천문대의 천체 망원경으로 목성과 토성, 그리고 아득한 우주까지 가슴에 품었다.

다음 날 아침, 식당 분위기는 확 달랐다. 첫 만남 때의 어색함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보다는 또래끼리 밥을 먹고 재잘거리며 하룻밤의 연극 캠프가 준 선물을 마음껏 누렸다. 새로운 꿈을 품은 아이들도 생겨났다. 어느 중학생은 무대 음향 공부를, 어느 여학생은 희곡 작가를, 얼굴선이 뚜렷한 어느 학생은 꼭 연극 배우가 될거라고 했다.

“저는 연극이 그냥 흉내내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어느 엄마가 나지막히 말했다. 당연히 아니었다. 아득한 옛날 하늘에 제사 지내던 의식이 연극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음악과 춤과 대사를 겸비한 종합예술 연극은 염원의 예술이자, 미래의 예술이요 모든 것을 담는 그릇이다. 연극 특화교육에 매진하는 우리 지원청은 연극의 지역 사회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교사 연극연수와 가족 연극캠프를 만들었으며 ‘거창학생연극제’도 처음으로 시작한다. ‘연극수도’ 거창, ‘또 하나의 대학로’ 거창을 위한 시도다. 그래서 학교와 마을에 연극 강사가 충분히 배치되면 좋겠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극으로 달라진 거창, 전국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제 발로 거창을 찾을 것이다. 군민들은 연극을 통해 한층 질 높은 삶을 누릴 것이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거창문화센터에서 제1회 ‘거창학생연극제’가 열린다. 많은 분들이 우리 미래 세대의 무대를 찾아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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