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학부모교육 강사
부부의 얼굴을 서로 자세히 쳐다보면 주름살 한 개마다 10년의 아픈 사랑과 고생이 담겨 있다. 눈빛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하물며 마음을 스친 당신은 나의 운명일 수밖에 없다.
84년을 해로한 미국의 존 앤 베타 부부는 “배우자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라며 “바꿀 수도 없고 그럴 수 있다고 기대도 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부부는 소유가 아닌 존재의 대상임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이런 헌신적인 사랑의 힘 때문이었던지, 레이건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을 잃었지만, 아내 낸시만은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레이건은 가끔 정신이 들 때마다 “내가 살아 있어서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라고 한탄했지만 낸시는 레이건에게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당신 없는 행복보다 당신이 있는 불행을 택하겠다”며 “부디 이대로라도 좋으니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 달라” 한다. 가슴이 찡해지는 말이다.
레이건은 낸시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낸시의 소원대로 10년을 더 살다가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 마침 TV에 결혼 7년 차 젊은 남편이 결혼의 비법을 이야기한다. “연애 때의 모습은 잊어라! 이해하려 말고 변해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라!”며 씁쓸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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