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남성연대가 분노할 일
[여성칼럼]남성연대가 분노할 일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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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이번 진주에서 발생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의 범인은 편의점 직원을 상대로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연대인데 맞아야 한다”며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 사건은 각 통로를 통해 ‘여성혐오 사건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보도에는 세 가지 말이 등장한다. 페미니스트, 남성연대 그리고 여성혐오. 머리가 짧다는 이유의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여성을 폭행한 ‘여성혐오’, 마지막이 폭행한 사람이 밝힌 자신의 정체인 ‘남성연대’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운동가를 말한다. 여성운동가란 성별 고정관념에 갇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근절하는 것, 성차별로 주어진 성별 권력이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을 근절하는 것, 그 근절을 통해 여성이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활동을 하는 것이 여성주의 운동가 즉 페미니스트다. 여성혐오란, 이런 운동가를 혐오하는 것, 또한 그 혐오를 폭력으로 드러내 여성이 안전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 더 나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한 단어, ‘남성연대’는 어떤 단체일까? 들어는 봤고 얼핏 느낌은 있지만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딱히 없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은 남성들이 남성을 위해 모인 단체인 것 같다. 하지만 남성들이 남성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남성연대라는 ‘단체’ 이름은 늘 여가부, 여성운동 혹은 어떤 의견에 ‘반대 입장’, 혹은 페미니스트에 ‘안티’가 붙는 사건, 급기야 ‘혐오’ 사건에서 이 이름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남성연대는 마치 여성주의에 반대하거나 여성을 혐오하는 집단, 또는 목적이 안티페미로 여겨지고 있다.

남성연대는 남성들의 권리를 위해 모인 단체다. 그렇다면 남성연대를 여성 혐오 사건이나 또 다른 혐오사건에서 접할 일이 아니다. 남성연대가 해야 할 일은 남성들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남성들의 억압을 해소하고, 남성들이 받는 차별을 근절하고,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한 성차별로부터 남성들이 해방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남성들을 위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반대하는 것이 남성들을 위한 일일 수는 없다. 다른 성별을 미워하고, 다른 성별에 반대하는 것은 분노의 표출, 혐오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

차별받는 남성을 위해 분노해야 할 일은 많다. ‘남자는 능력’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남성을 가두고, 좋은 차가 없다고, 좋은 집이 없다고, 좋은 직장이 없다고 비난받는 남성 혹은 위축된 남성이 있다면 이는 남성연대가 성별 고정관념 탈피와 성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좋은’의 기준은 누가 정했으며, ‘남성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규범은 누가 정했길래 남성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체격 좋은 여자애들을 체격이 작은 남자아이에게 남자라는 이유로 집에 바래다주고 오라는 것은 불평등한 요구라고 문제 삼아야 하지 않는가? 남자 화장실에는 왜 유아 변기가 없냐고 아이 데리고 외출 나간 남성이 따져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내 삶도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자꾸만 가족은 이제 남자인 니가 책임지라고 하는 건 불평등하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자 같다고 모욕하는 것, 사회적 동물인 남성에게 남자의 성욕은 동물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왜 분노하지 않는가?

남성연대가 분노해야 할 일은 머리 짧은 여성을 향해서가 아니라, 남성을 향한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성차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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