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초등 예비교사들의 잠재력과 가능성
[경일춘추]초등 예비교사들의 잠재력과 가능성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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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저녁을 먹고 연구실에 남아서 일을 하는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 저녁에 찾아왔을까, 문을 열었다. 교육 실습 중인 한 3학년 학생이 며칠 뒤 시연할 수업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며 문을 두드린 것이다. 학생이 들고 온 수업 지도안을 흘깃 보니 국어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조화돼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저녁에 연구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는 적극적인 용기에 한번 놀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수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질문하는 진지한 태도에 다시금 놀랐다. 예전과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 새삼 학생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2학년 학생들에게는 초등 국어 수업과 관련한 1차시 분량의 지도안과 활동 안내를 위한 학습지를 만드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2명이 한 조가 돼서 수업 지도안을 설계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직은 2학년이어서 수업 설계의 기본 구조, 발문과 피드백, 학습 활동을 짜기에도 버거울 터인데 몇몇 학생들이 보여준 내용은 놀라울 때가 많다. 어떤 학생은 방탈출 게임과 연계해 국어사전 찾기 활동을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학생은 메타버스 환경을 실제로 구축하고 표준어와 방언의 차이점, 지역별 방언의 특색과 중요성을 배울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기존의 한글 교구를 개선해 초등 저학년 학생을 위한 쓰기 교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수업을 제안했다. 인디자인이라는 출판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제 교과서와 같이 교재를 재구성한 학생도 있었다.

교육대학 캠퍼스는 작지만 많은 교육대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며 배운다. 학교 운동장에 모여 축구, 티볼, 야구를 하며 남녀 가리지 않고 어울려 지낸다. 때로는 학교 내 담벼락에 미술 시간에 만든 미니 작품을 걸어 전시하기도 하고, 음악회나 영어 연극을 준비하며, 학교 여기저기 모둠을 이루어 과제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물론 담소를 나누거나 산책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이런저런 풍경들이 모여, 나는 강의실 안에서뿐 아니라 강의실 밖 여기저기에서 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며 교단에 설 준비가 돼가고 있음을 느낀다.

대내외적으로 교육대학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운 시선을 느낀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교권에 대한 논란과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예비교사로서 미래에 만날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나는 그러한 학생들에게서 미래 교사로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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