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기득권 엘리트 카르텔부터 깨자
[경일시론]기득권 엘리트 카르텔부터 깨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11.09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사전에 기득권(旣得權)은 특정한 자연인 또는 법인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라 한다. 역사에서 기득권 세력이 굳어진 것은 후기신라부터라 한다. 현대에도 사회의 지도자층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고, 사회적으로 볼 때 설령 불법적이더라도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권리를 말하기도 한다. 기득권을 보유한 개인과 집단은 없는 인사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하다. 기득권 세력은 유지를 위해 똘똘 뭉쳐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정작 기득권을 가졌다는 당사자들은 자신이 왜 기득권을 가졌다는 것인지 몰라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비판에 격렬하게 반발, 저항을 하기도 한다. 기득권 네트워크 안에서, 돈·명예·권력 등을 행사하며 풍요와 향락을 한껏 누렸다. 우월적 지위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 계급 중에서도 우월적 기득권 세력이다. 어느 사회에서, 특정 개인과 집단이 타 집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가지고 있다고 인식되는 자산을 말한다.

기득권이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세력의 위험한 카르텔이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기득권을 자주 말해 했다. 2023년 신년사에서는 “기득권 유지와 지대(地代)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간 기득권을 가진 곳은 자기들끼리의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 ‘이질적인’ 존재가 그 안에 끼어드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기득권은 입법, 행정, 법조를 비롯, 정치, 경제, 문화, 학계, 의료계, 노동계, 언론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지만 가장 큰 기득권을 가진 곳은 국회로 ‘불체포’ 등 186가지 특권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고위직 판·검사가 퇴직한 뒤 엄청난 수임료를 받는 것이 재판에 왜곡된 영향을 끼치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때문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막대한 수임료로 재판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그보다 큰 이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 그만큼의 손해가 부당하게 상대방에 씌워질 공산이 크다. 경제부처 퇴직자도 문제의 한 축이다. 대형 로펌 고문으로 자리 잡은 후 명함에 그 사실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문대 출신과 그 동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선진국에서 이처럼 뻔한 불의를 기득권을 방치하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 싶다.

같은 노력을 하거나 같은 재능(능력)을 타고나도 기득권보다 흙수저가 똑같은 위치에 오르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소위 ‘기득권 카르텔’이 훨씬 더 노골적인 데다 국민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 분노 유발이 더 쉽다. 예전은 좋은 학교 출신에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일단 기부터 죽기 일쑤였다. 국민의 학력, 소양 등이 높아지면서 차이가 줄었다지만 아직도 엘리트가 갖춰야 하는 공적 자세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졌다. 문제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이 개선되는 속도는 너무 더디다.

우리 사회가 공정을 위해 지금 시급히 개혁해야 할 것은 ‘진짜 기득권 세력’의 관행과 문화, 즉, 그들이 구축해 둔 ‘특권의 네트워크’다. 어떤 개혁이 됐건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득권 타파엔 정부, 민간,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내 편, 네 편 선 긋기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지금은 ‘혁신의 시대’다. 개인이나 조직의 생존을 위해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기득권 포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특히 세습 기득권은 철밥통 같다. 지금처럼 궤변, 꼼수, 뻔뻔함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몰락의 시작이다. 편리하고 이익이 크기 때문에 버리기 어렵지만 ‘기득권 엘리트 카르텔부터 깨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