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올해는 공정과 새로움입니다”
김용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올해는 공정과 새로움입니다”
  • 하승우
  • 승인 2023.11.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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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비영화인 출신이 조직위원장 맡아
예술인 꿈꾸던 젊은 시절 대리만족 기회
“첫 직장인 은행에서 제가 주도해 국내 기업 최초로 고객 사은 클래식 음악회를 개최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20년 이상 문화사업을 하고 있기에 비록 비영화인이지만 이번 ‘제59회 대종상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자신이 있습니다.”

김용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자신에 찬 말이다.

제59회 대종상영화제가 오는 15일 수원 경기아트센트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종상은 59년 역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 두 개가 추가된다. 처음으로 비영화인이 조직위원장을 맡는 점, 그리고 최초로 지방자치 단체와 협업해 수원에서 열리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번 행사를 도내 전 시내버스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대종상은 그동안 공정성 논란, 수상 배우들의 보이콧, 보수적인 문화 등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예전만 못한 권위에 불참과 대리 수상 등으로 얼룩지는 아픔도 겪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대종상 영화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 새롭게 영화제 지휘에 나선 김용기 위원장은 ‘대종상 영화제 개혁’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공정과 새로움’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문제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본선 심사위원 9명의 면면만 봐도 ‘공정과 새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본심 심사위원단에는 김홍신 소설가를 비롯해 △정성일 영화평론가 △원동연 영화제작자 △조혜정 중앙대 교수 △김도영 영화감독 △박종원 한예종 교수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강경호 경기대 교수 △성준현 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등 선정됐다.

올해 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는 △거미집 △콘크리트유토피아 △밀수 △올빼미 △잠 △다음소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수상 후보 선정 결과 총 26개 부문 중 ‘거미집’이 14개로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고 ‘밀수’가 12개로 뒤를 이었다. 각 부문의 후보작은 오는 15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당일 발표한다.

본지는 영화제를 앞두고 김용기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해 달라.

▲본업은 사업하는 사람이다. 몇 개 사업체가 있으나 그 중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국제회의장, 야외극장을 1999년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연 사업을 하다 보니 다양한 행사를 많이 접했고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을 많이 알게 돼 한국예술행정협회 회장도 맡게 됐다.

문화공연 사업은 첫 직장인 은행에 입사하고부터 시작됐다. 은행 종합기획부에 발령받아 보니 불합리한 게 보였다. 고객 사은품을 주는데 100만원 고객이나 1억 고객이나 똑같은 선물을 주더라.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금융권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최초로 고객 사은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행사였다. 이 행사가 제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은행은 퇴직하고 본격적인 공연장 사업의 꿈을 실현했다.

당시 국내 공연장 시설은 너무나 열악했다. 많은 대학에서 공연장 시설이 있으나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었다. 한때는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 호원아트홀, 가톨릭대학 콘서트홀 등 여러 곳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건국대 새천년 대공연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학 공연장이 콘서트나 뮤지컬 등으로 활성화하니 캠퍼스 전체에 활기가 돌았다. 공연 문화의 시너지 효과를 느꼈다. 그 덕분에 광진문화재단 사장까지 역임했다.

-어떻게 조직 위원장직을 맡게 됐나.

▲원래 꿈이 가수였다 학창 시절에 노래를 많이 불렀다. 무엇보다 성악가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영화나 음악회를 굉장히 많이 봤다. 지금도 좋아한다. 작년 58회 대종상영화제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했다. 그 행사를 지켜본 게 인연이 됐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장호 감독이 “60년 된 영화제를 없애서는 안 된다”며 대종상 영화제의 권위를 되찾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개혁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어릴 적 못 이룬 꿈에 이제라도 다가간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낀다.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대종상 영화제’가 주는 명성이 크다.

▲국내 3대 영화상 중에서는 역사가 제일 깊다. 1957년 ‘우수국산영화상’이라는 명칭으로 시상하기 시작했다. 1961년 주관이 공보부로 바뀌면서 ‘대종상’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때는 한국 최고 권위의 영화제였다. 그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명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메이저 영화상’ 중 유일하게 언론사가 아닌 ‘영화인’들이 직접 꾸리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비영화인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의미는.

▲덕분에 영화인이 아닌 영화인이 됐다. 영화에는 문외한이라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대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 부산영화제, 황금촬영상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여러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리고 비영화인인 제가 멀리서 보니 대종상에 대해 두 가지가 보였다. 먼저 영화제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해지려면 새로워져야 한다. 그동안 기존의 틀을 답습하면서 공정해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기존에 했던 걸 다 바꿔 공정한 심사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위원장직을 수락할 때 이걸 우선 영화인들에게 동의받았다.

다음으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함을 주기 위해 본심 심사위원들은 다 바꿨다. 이번에 바뀐 대표적인 인물이 소설가이자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홍신 선생과 경기대 영문과 교수이자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강경호 교수와 성준현 선생이다.

그중 성준현 선생은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오랜 기간 대학로에서 연극 연출을 하셨고 전 연극연출가협회장이다. 그동안 심사위원 중 대학로 연극 관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심사위원 중 가장 특이한 사례다.

그리고 임기는 6년이다. 임기를 다 채울 자신이 있다. 지난번 언론 간담회 때 185개 언론사에서 기사를 다뤄줬다. 그만큼 이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아울러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행사를 잘 마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릴 자신이 있다.

-9인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하나.

▲무엇보다 심사위원 개개인의 신뢰감이다. 그분들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각서를 받는다.

그래서 변화와 개혁의 상징인 김홍신 선생을 모셨다. 김홍신 선생을 심사위원으로 발표할 때 주변에서 모두 깜짝 놀랐다. 또한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추첨을 통해 뽑은 100인의 국민심사위원단이 있다. 심사위원들이 80%를 반영하고 국민심사단이 20%를 배정한다. 국민심사단 배점 방식은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제도다. 영화를 좋아하는 1100명 중 300명을 선정한 후 경찰 입회하에 120명을 공개로 뽑았다.

심사위원 선정은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회의 후 선정했다. 심사위원 중 의외의 인물도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심사위원들은 정말 잘 선정했다고 자부한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 6편과 남우 주연상과 여우 주연상 선정 기준은.

▲올해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가 약 400편 정도다. 최우수 작품상 6편은 예심 심사위원들이 뽑았다, 선정 기준은 흥행성, 작품성, 배우들의 연기력, 관객 호응도 등 다면 평가를 통해 선정했다. 특히 남녀주연상의 기준은 가장 관객들이 집중해서 보실 수 있는 분야가 연기인 만큼 연기력에 중심을 두겠다. 그리고 작품상 후보와 남녀주연상 후보는 별개다. 특히 신인상의 경우 신인으로서 참신함을 주로 볼 것이다.

-발표는 어떻게 하나.

▲영화제 당일 발표를 하다 보니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래서 배우 초청이 가장 힘들다. 수상하지 않는 배우들은 굉장히 자존심을 상해한다. 그래서 잘 참석하지 않는다. 대리 수상하는 경우가 그 때문이다. 서로서로 축하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릴 방안은.

▲요즘 추세는 돈 없는 나라는 예술성 있는 영화가 발전하고 영화 예산이 풍족한 나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발달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중간 단계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이 나오면 대단하지만 블록버스트 영화는 1000만 관객으로는 적자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시장이 인적 구성 측면 등에서 많이 커졌지만 규모적으로는 아직 발전을 더 해야한다. 그것이 한국영화의 딜레마다. 최근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만큼, 적극적으로 한국 영화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

하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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