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분야의 ‘독보적 존재감’
대한민국 유일의 승강기 전문 고등학교. 2020년 거창공업고등학교에서 거창승강기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꾼 이 학교는 전기전자과와 컴퓨터응용기계과, 2개 학과를 운영하며 명실상부 승강기에 관한 최고 레벨의 전문인력을 양성해내고 있다.
거창에서는 한국승강기대학교가 승강기고로 교명이 바뀐 그해 문을 열었다. 이듬해는 승강기안전기술원까지 거창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한국 승강기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그에 발맞춘 승강기고는 거창지역 유일의 특성화고교다. 전교생 80여명에 2개 학과체제를 고수하고 각 학과마다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뽑고 있다. 학생들은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비롯해 용접기능사, 전기기능사, 밀링기능사, 선반기능사, ICT관련 자격증 등 다양한 라이선스들을 취득하며 꿈을 일군다.
승강기 분야 취업은 해마다 늘고 있다. 많은 졸업생들이 승강기 산단 업체에 취업하거나 승강기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학교는 앞으로 70~80%의 졸업생을 승강기 분야로 취업 또는 진로를 확대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승강기산단의 여러 업체들과 잇단 업무협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재학생들이 병역특례자로 선취업하는 길도 터놨다. 여기에 용접 실습실, 컴퓨터활용 실습실, 전기전자과 실습실 등 각 학과에 마련된 전문실습실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가능케 한다.
학교는 자격증을 따는 학생들에게 장려금과 함께 실기시험비를 지원하며 동기부여에 노력한다. 또한 무료 자격증 취득반을 방과후 과정으로 운영하면서 재학생 자격증 취득자 중 90% 이상이 승강기 기능사 자격증을 따냈다. 한 졸업생은 전기전자과와 컴퓨터응용기계과 자격증을 교차 취득하면서 무려 8개의 자격증을 따낸 사례도 있을 정도다.
거창승강기고에는 특이하게도 형제나 자매학생들이 많다. 80여명의 재학생 중 13명이 형제자매 지간이다. 이를 고려한 학교는 ‘형제자매장학금’을 신설했다. 이 장학금은 지난해 재경가조향우회가 학교 쇄신과 발전을 위해 기탁한 학교발전기금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승강기고는 재학 중 100%에 이르는 장학금 수혜율과 매년 학생 1인당 연간 55만원(2022학년도 기준)에 이르는 장학금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샤워실, 검색실, 세탁실, 휴게실 등을 갖춘 최신 기숙사를 개관, 학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찾아오는 학교’ 미래는 더 밝다
학교의 뒷받침과 학생들의 노력은 진학과 취업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보상받고 있다.
올해 3학년 취업희망자 11명 중 7명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에 최종 합격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용접, 전기, 기계, 멤브레인(TIG) 분야에 88명을 채용한 이번 일괄채용에 승강기고 학생 9명이 지원해 7명이 최종합격한 것이다. 이들 7명이 취득한 자격증 수는 13개. 그 종류도 전기기능사, (특수)용접기능사, 승강기기능사 등으로 다양한다.
안병규 교장은 “본교는 특정분야 인재 및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특성화고 설립취지에 맞게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 및 양질의 취업처 제공에 교육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올해 고3 취업희망자 64%가 대기업 사내협력사에 취업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2022년 배출된 전국 여학생 특수용접기능사 4명 중 2명이 승강기고 학생이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사에 채용된 이가은·이혜정 졸업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용접자격증을 취득해 관련 회사 취업이라는 확실한 목표로 재학기간 동안 용접 관련 정규수업과 방과후수업에 참여해왔다. 2000도에서 최고 5000도가 넘는 고온의 재료로 금속을 녹이는 작업인 만큼 무거운 보호장비와 뜨거운 작업온도를 견뎌야 하는 힘든 조건들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값진 성과다.
안 교장은 “포기하지 않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다. 나아가 여학생들도 기계과에 진학해 용접과 같은 실무과목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와 학생들이 만들어 낸 이같은 멋진 결과들 덕에 경남전역은 물론 타 시도에서까지 전입학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모두 11명이 승강기고로 전학했다. 앞서 얘기한 이가은 졸업생도 1학년때 강원도 생활과학고등학교에서 온 전학생이다. 신입생 중 관외지역 학생 비율 역시 3년 전 10%대에서 올해 30%대로 늘었다.
안 교장은 “학교를 믿고 자녀를 진학시키는 학부모와 학교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모든 수치는 교명을 바꾸고 교육과정을 개편한 뒤 명실상부한 승강기 전문 특성화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단언했다.<끝>
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 학생 인터뷰
◇이준용(컴퓨터응용기계과 2학년)
기계쪽에 늘 관심이 있었고, 친형이 거창승강기고등학교에 졸업을 해 우리 학교에서 기계 분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생활이나 평상시에는 겪지 못하는 경험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지식과 더욱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서 지원했다. 기숙사가 있어 학교생활이 편리하고 다양한 현장체험학습과 산업체 견학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장학금 혜택과 학교에서 받는 1인당 지원금 덕분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실습에서도 부족함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남은 재학 기간 동안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산업체 인턴을 통해 산업현장의 경험도 쌓아 중공업이나 조선소에 취업할 생각이다.
◇빈경훈(컴퓨터응용기계과 2학년)
용접과 승강기 분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를 알아보다가 거창승강기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승강기 전문 특성화 고등학교로 용접과 승강기의 실습을 겸하는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 나아가고자 거창승강기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용접과 승강기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습을 배울 수 있었고, 실제 시험 조건과 같이 연습을 할 수 있어 자격증까지 취득을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 또한 높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우기에는 최적의 학교라고 생각한다. 특기인 용접을 살려 용접사가 되고 싶다. 3학년 때 현장실습을 통해 실제 산업현장의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으로 취업을 해 전공 분야를 살리고 싶다.
◇이관용(전기전자과 2학년)
중학교 졸업 후 집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가던 중 또래와 함께 진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고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진학한 거창 승강기고등학교에 대해 정보를 얻었다. 이후 부모님과 상의하며 승강기 관련 직업의 미래가 밝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거창승강기고등학교로 전학와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해오던 보통 교과뿐만아니라 NCS(국가직무능력표준)-산업현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 한 내용을 배우고 있다.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고 교육과정 안에서 열심히만 하면 각종 장학금 혜택까지 주어지는 거창승강기고등학교의 장점은 무한대라 생각한다.
◇이상윤(전기전자과 2학년)
승강기분야는 매년 성장할 고성장 산업분야라 생각한다. 우리학교는 학생들이 필요로하면 세부 전공 또는 자격 취득 과정을 개설해 학생의 자격증취득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자격증취득멘토링(튜터링)제도를 운영해 먼저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에게 자격증 취득희망자가 도제가 되어 학습하며 자격증 공부뿐만아니라 선후배사이의 돈독한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자격증 취득시 장학금까지 지급한다. 뿐만아니라 자격증 취득경비도 학교가 지원한다. 방과후 아르바이트가 아닌 성실한 학교 생활만으로도 돈벌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다. 거창승강기고에 진학 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기술군부사관이라는 좀 더 구체적이면서 확실한 꿈을 꾸고 있다.
### 교장 인터뷰
◇ 안병규 교장
전국 유일의 승강기 산업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고등학교인 우리 학교는 공업중심의 인재양성의 큰 흐름을 유지하면서 ‘승강기 산업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더욱 전문적인 교육방침을 세웠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인성(人性) 교육과 삶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감성(感性) 교육,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분야를 탐구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직업인 양성을 위한 적성(適性) 교육의 삼성(三性)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승강기산업의 핵심 학과는 전기전자과와 컴퓨터응용기계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 전기적 장치를 하나의 승강기로 작동하기 위해 학생들은 ‘승강기의 이해’와 ‘승강기 설치 정비’ 교과를 함께 배우게 됩니다. 본교 자격증 취득자의 90% 이상이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다른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는 것도 이같은 수업의 성과입니다. 전교생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여학생들도 맞춤 특성화교육과 직업 상담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시점에 하나의 학교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명하게 보이는 길조차도 막상 걸어보면 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처음의 다짐을 더욱 굳건히 하며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랑’입니다. 학교에 대한 사랑,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굳건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은 사소하게 보이며, 일을 불가능하게 보이게 하는 큰 산이 아니라 넘어야 할 작은 언덕에 불과하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승강기 산업의 핵심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국 유일 승강기 전문가 양성 특성화고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