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 [1]비어가는 작은도시
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 [1]비어가는 작은도시
  • 임명진
  • 승인 2023.11.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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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지방’이란 단어 뒤에 자연스럽게 ‘소멸’이란 두 글자가 따라붙고 있다.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경남은 전남(16곳), 경북(16곳), 강원(12곳) 다음으로 많은 11개 시·군이 포함됐다. 줄어드는 인구에 전국 곳곳이 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타개책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에 경남일보는 현장을 찾아 지방소멸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도내 지자체들은 어떤 노력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지를 살폈다. 편집자 주

◇지방소멸의 위기

“운전면허 취득비용 지원, 생애최초 중고차 구입비 지원, 청년가게 오픈 지원…”

의령군은 각종 청년지원 패키지 정책으로 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내 지자체 중에서 가장 인구가 적다고 알려진 의령군의 인구는 9월 기준 2만 5620명,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215번째로 적다.

지방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구감소의 심각성이 실제로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경남의 인구는 9월 현재 325만 7009명이다. 2008년 322만 5255명, 2011년 330만 8765명을 돌파하고 2017년 338만 40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328만 493명으로 10여 년 만에 330만 명대가 무너졌다.


당장 창원시가 비상이 걸렸다. 9월 기준 창원시의 인구는 101만 1688명으로 특례시의 유지조건인 100만 인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상우 시의원은 지난 10월 27일 제128회 창원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25년부터 특례시 지위를 상실할수도 있다”며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이고 과감한 인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시·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9월 기준, 전월대비 인구가 늘어난 곳은 김해시(197명), 양산시(155명), 사천시(56명) 뿐이다. 나머지 15개 시·군의 인구는 전월보다 모두 감소해 도내 전체로 보면 1300명의 인구가 줄었다.

 

지리산에 인접한 산청군도 지난 10여 년간 지탱해 온 인구 3만 5000명 선이 무너지면서 인구 감소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인접한 진주시가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젊은 층이 일부 유출된 것이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수진 인구정책 담당은 “상반기 인구감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주인구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화나 관광, 힐링 분야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고 강점이 있는 귀농·귀촌 생활인구 유치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어가는 지방

이미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OECD 국가들 중에서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경남의 출생건수는 1만 4017명이다. 2021년도 1만 5562명보다 1548명이 감소했다. 최근 5년간의 추이를 보면 △2018년 2만1224명, △2019년 1만9250명, △2020년 1만6823명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경남의 평균 한달간 출생아 수가 1000명 선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말을 기점으로 국토의 11.8% 면적에 불과한 수도권에 50.1%의 인구가 몰려 비수도권 인구보다 많아졌다.

여기에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인구 감소세로 돌아섰다. 행안부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고령화비율 △청년순이동률 등 8개 항목을 따져 89개 지자체를 처음으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인구감소폭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지난 2000~2020년 기간 인구가 -22.4% 감소했지만, 비인구감소지역은 13.4% 증가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인구감소지역의 지역내 인구가 가장 많은 연도는 대체로 2000년 또는 2000년 이전(73%)으로 과거인 반면, 가장 인구가 적은 시점의 인구저점 연도는 2020년(84%), 최근에 집중돼 있어 인구 감소세가 향후 더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장된 지방소멸 위기?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이란 단어가 다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지방소멸의 위험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수는 행정안전부, 마스다 지수, k-지방소멸지수 등이 있다.

문제는 각기 다른 측정지표를 대입해도 지방소멸 위험이 중복되는 지역이 60%가 넘는다는 점이다.마스다 지수에 의할 경우 지방소멸 위험지역은 88개, 행안부가 2021년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은 89개, k지방소멸지수는 59곳으로 가장 적다.

지역수가 가장 적은 k-지방소멸지역을 마스다와 행안부의 지역수만큼 확대하게 되면 중복율은 무려 80%를 웃돈다.

사실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2014년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라는 학자가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활성화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마스다는 일본의 정치가이면서 총무대신, 우리나라로 치면 행안부 장관을 지냈다. 그런 그가 “2040년 일본 기초지자체의 절반에 가까운 49.8%에 해당하는 896개의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며 해당 지자체의 실명까지 공개하자 일본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마스다의 지방소멸 공식은 65세 이상 고령자 대비 20~39세 여성 비율로 산출하고 있다. 이는 고령자 대비 젊은 여성이 많은 지역은 출산율이 높고, 반대로 적은 지역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지방소멸에 직면하게 된다는 논리다.

마스다 지수는 국내에도 도입됐다. 지방소멸 위기를 둘러싼 논란이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다의 이론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소멸 위험성이 높은 지역, 다시 말해 젊은 여성이 많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도에서 출산율이 낮고, 해당 연령대의 여성들의 숫자가 적은 비수도권에서 출산율이 오히려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심인선 선임연구위원
심인선 선임연구위원

“수요자 중심의 인구 정책 시급”
심인선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인선 연구위원은 “소멸이란 단어가 마치 공포 마케팅을 연상하게 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역의 매력을 찾고 활기를 불어넣는 노력을 해나가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구 정책은 아이들이 출생하고 사회에서 하나의 역할을 하려면 20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대해 심 위원은 “국가 차원에서 여러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요자인 부모 입장에서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지원책도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등 각 부처별로 흩어져 수요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그런 기능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 위원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보다 개방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 열풍이 불었지만 지역의 폐쇄성 때문에 잘 스며들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유치도 인구 유치에도 적극 나서 교육부터 시작해 일자리, 국내 정착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는 인구유출을 막고 유입 가능한 사람들이 지역에 잘 머물게 하는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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