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소설가 20년간 집필 역작 ‘백성’ 출간
김동민 소설가 20년간 집필 역작 ‘백성’ 출간
  • 백지영
  • 승인 2023.11.09 1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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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의 삶 다룬 대하소설 
전체 21권…‘토지’ 뛰어넘는 분량
‘돌아오는 꽃’으로 본보 일부 연재
진주농민항쟁·무두묘 등 녹여내
200자 원고지 채 20장도 안 되는 이른바 ‘짧은 소설’이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원고지 분량만 3만 2000장, 전 21권 분량의 대하소설 ‘백성’이다. ‘대하소설’이라는 수식어만으로도 요즈음은 괜히 더 낯설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을 집필한 이는 진주 출생의 소설가 김동민(68). 구상에만 5년, 집필에만 20년을 매달렸다.

9일 전화로 만난 김 소설가는 오랜 역작을 완성한 소회에 대해 “멍하다”고 고백했다.

“비현실인 소설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왔잖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현실에서 비현실로 넘어온 것만 같아요. 20년을 넘도록 매진했다 보니 오히려 이제는 소설 속이 제 인생이고 삶 같네요.”

대하소설 ‘백성’은 1부 ‘강산에 들렀더라’ 4권을 비롯해 △2부 ‘메아리가 묻혀오는 것’ 4권 △3부 ‘세월의 사닥다리’ 4권 △5부 ‘돌아오는 꽃’ 등 5개의 부로 구성된다. 원고지 분량으로 따져보면 박경리의 ‘토지’(전 20권)을 비롯해 이제껏 국내에서 출간된 모든 대하소설을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출판사 문이당은 소개한다.

작품은 조선 철종 때부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되기 전까지, 한 세기를 품고 있다. 등장인물도 조선을 비롯해 일본·중국·미국·호주·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400여 명에 달한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서울이나 부산 같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만주·상하이, 러시아, 미국 등지를 무대로 조정과 외세의 부당한 억누름에 항거하는 한국인들의 새로운 인륜을 형상화한다.

작품은 삼정의 문란이 극심해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나고, 철종이 왕위를 이으면서 세도정치가 판치는 어수선한 때, 진주를 중심으로 두 가문의 끝없는 사투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백성’은 경남일보와도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본보에 ‘돌아오는 꽃’이라는 이름으로 1부 전체와 2부 일부를 연재했다. 당초에는 1년만 연재하기로 했지만, 본보와 애독자들의 요청으로 연재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신문 분량에 맞춰 소설을 연재하다가는 50년이 지나도 완결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에 과감히 연재를 중단했다. 여러 매체에서 이후 이야기들을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지만 어느 곳에도 발표하지 않고 10년 이상 홀로 작품 완성만을 위해 달려왔다.

‘백성’은 처음 구상할 당시부터 20권 이상을 예상한 대작이었다.

“저는 진주 토박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진주에는 역사·문화·관광 측면에서 보배들이 참 많은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 늘 안타까웠어요. 그걸 문학으로 알리고 싶었죠. 저 많은 이야기들을 다 담아내려면 처음부터 대하소설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술년 진주농민한쟁,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인 언가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국내 학교 최초의 ‘여자 학급’, 병인박해라는 천주학 수난사가 낳은 ‘머리 없는 무덤’인 무두묘 등 지역의 자산을 소설로 재조명했다.

주변 작가들이 건네는 ‘대단한 야심가’, ‘무모한 작가’ 등 엇갈린 평가를 뒤로하고 산고의 방문 고리를 걸고 고집스럽게 집필에만 매달렸다.

작품은 신문 연재를 마친 후 대하소설의 무게감에 걸맞은 ‘백성’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입었다. 떠도는 만백성의 메아리를 한데 모아 ‘꽝!’하고 한 방 세게 후려치고 싶었고, 그 형상화의 결정체가 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김 소설가는 “신문에 연재할 때 독자들이 보여준 관심과 격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대장정의 길을 걸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경남일보 연재 당시 애독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이당. 전 21권. 각 1만 8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대하소설 ‘백성’ 1권.
대하소설 ‘백성’ 전집.
소설가 김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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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화 2023-11-21 17:33:57
문학을 1면 톱으로, 기획기사가 실려있어 반가워요. 한국의 가장 긴 대작을 만나게 되어 더 반갑고 좋습니다. 알차고 훌륭한 기사를 보게 되네요. 신문에서 만나는 한국어의 활자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기사이네요.
또한 돌아오는 꽃을 연재할 때 만났던 분들이 모두 건강하고 건승하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이 글의 기자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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