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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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세우고 찬바람을 휑하게 맞으며 낙엽을 밟습니다.
저 푸른 하늘은 차갑게 내려앉고 텅 빈 마음은 더욱 야위어 갑니다.
차마 못다 한 말씀에 뒷모습으로 보낸 그대.
혹여 그르칠까봐 감당한 그 나직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랑은 늘 온유하여 연민이 가슴에 샘처럼 고이고 그러나 끝내 전하지 못한 언약은 안타까움으로 서성입니다.
빈 하늘에 몇 번을 쓰고 지우는 그리움으로 따뜻이 곁을 내주고 싶은 그대,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영혼을 기울입니다.
알 듯 말 듯 수신처가 마뜩잖아 벗은 나뭇가지에 기별 한 장 걸어 두고 가을은 모두를 시인이게 합니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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