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가을 편지(이성선)
[주강홍의 경일시단]가을 편지(이성선)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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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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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세우고 찬바람을 휑하게 맞으며 낙엽을 밟습니다.

저 푸른 하늘은 차갑게 내려앉고 텅 빈 마음은 더욱 야위어 갑니다.

차마 못다 한 말씀에 뒷모습으로 보낸 그대.

혹여 그르칠까봐 감당한 그 나직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랑은 늘 온유하여 연민이 가슴에 샘처럼 고이고 그러나 끝내 전하지 못한 언약은 안타까움으로 서성입니다.

빈 하늘에 몇 번을 쓰고 지우는 그리움으로 따뜻이 곁을 내주고 싶은 그대,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영혼을 기울입니다.

알 듯 말 듯 수신처가 마뜩잖아 벗은 나뭇가지에 기별 한 장 걸어 두고 가을은 모두를 시인이게 합니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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