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100원의 아침 행복
[아침논단]100원의 아침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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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우리 세대는 ‘밥이 보약’이라는 말과 ‘보릿고개’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아침밥도 겨우 먹고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했다. 운동장에 설치된 지하수 우물로 허기를 달래는 친구들도 있었다. 밥에는 보리쌀, 고구마, 감자가 항상 섞여 있었다.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항상 허기진 배를 움켜지던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이다.

밥 중에서도 아침밥은 더 중요하다. 비어 있는 위장에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채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는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의 공급이기도 하다. 특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적절한 당분이나 당분으로 변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뇌가 필요한 에너지원이 부족해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초코릿이나 사탕과 같은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이러한 뇌의 에너지원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이다.

요즘 세대는 다이어트에 나쁘다며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게 다반사이다. 2012년 아침식사 결식률은 23-24%였는데 2020년 34-35%까지 올라갔다가 2021년에는 31-32%대로 내려왔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3, 4명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쌀이 남아도는 현상이 생겼다. 주식이 쌀인 우리나라에서 쌀농사는 흉년이 되어도 걱정이고 풍년이 되어도 걱정이다. 적절한 양의 공급과 그에 걸맞게 적당한 양이 꾸준히 소비되어야만 하는데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한해에 20만t의 쌀이 남아돈다고 한다.

대학에서 ‘1000원의 아침밥’이 화두가 된 것은 몇 년 전이다. 의외로 아침밥을 굶거나 아침과 점심을 한끼로 때우는 ‘아점’을 먹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쌀 소비도 촉진하고 대학생들에게 균형있는 아침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위해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했다. 대개 대학식당의 한 끼는 3000~5000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학생은 1000원만 지불하고 정부나 대학이 나머지를 부담했다. 경상국립대는 예산사정으로 시험 기간에만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했으나 코로나로 이마저도 중단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의원과 조경태 의원의 질의를 계기로 시험 기간 동안의 준비를 거쳐 올해 3월부터 경남도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1000원의 아침밥’사업을 시작했다. 아침밥을 먹는 학생이 먹지 않는 학생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아침밥을 먹으면 기억력과 인지도가 향상된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대학 구내식당에서는 평소보다 밥 먹는 학생이 늘었고, 특히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한 학생들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식당에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000원의 아침밥’이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 경상국립대는 올해 2학기 시험 기간 10일 동안은 단돈 1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100원의 아침 행복 개척 백반’ 사업을 시행했다. 전국에서 두 번째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경상남도에서 통 크게 예산을 지원한 덕분이다. 중앙정부와 대학에서도 별도로 예산을 편성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식사의 질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발길을 더 많이 불러들일 수 있었다. 이제 전국 각 대학에서 아침밥은 1000원으로 먹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 시험 기간 등 특별한 때에는 더 적은 돈으로 밥을 먹도록 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전국적으로 쌀 소비도 늘어나고 대학생들의 두뇌 에너지원도 공급하고 학업성취도가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학내에서는 모두 기숙사 의무식을 하는 경상국립대 해양과학대학의 학생, 대학 바깥에 있는 청년들에게도 이와 같은 혜택을 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1000원의 아침밥’이 대학생만이 누리는 혜택이 아니라, 대학 밖의 청년도 함께 누리는 보편적 혜택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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