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진주에 살면서-2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진주에 살면서-2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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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오래 살아보지도 못한 사람이 진주를 평한다고 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진주에 오기 전에는 촉석루와 논개, 그리고 교육도시라는 정도의 상식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진주를 두고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고 평한다. 또 어떤 사람은 진주가 소비도시이며 50대 후반의 삶을 위해선 괜찮은 곳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살 곳은 못 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필자의 눈에 비친 진주를 얘기하려고 한다. 우선 진주에 도착하면서 눈에 거슬려 보이는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첫째가 비봉산의 허리를 무지막지하게 깎아 내려 지은 봉산사가 그렇게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것을 의식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구전설화이긴 해도 비봉산의 내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터인데 방관해 버린 시민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는 듯하였다. 둘째는 진주로 들어오는 길목이라 할 수 있는 석류공원에 높다랗게 지어둔 전통 양식의 전망대(?)이다. 그 위치나 양식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자신이 없지만, 그 창틀이 견고한(?) 알루미늄 세시로 돼있다는 점이 꽤나 부조화스러워 보였다. 진주에 사는 사람들은 손님들에게 진양호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필자는 진주의 좋은 점을 3가지로 얘기해준다. 그 첫째가 이 작은 도시에 저렇듯 큰 시민의 휴식을 위한 녹색공간인 촉석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에서 으레 입장료를 받을만한 그런 공간이 시민들에게 자유로이 개방돼 있어서, 특히 오뉴월의 아카시아 꽃내음이 짙을 무렵 성곽을 따라 거닐 때 훌륭한 휴식처가 된다는 점이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가 그 기분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둘째는 도심 한가운데로 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진주의 남강만큼이나 도시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강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 강이 진주를 가장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진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 주지 않나 싶다. 셋째는 우스갯소리 같지만 택시 사정이 진주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택시잡기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차안이 깨끗하고 여름엔 냉방장치까지 갖추어져 꽤나 쾌적하다. ‘스톱’이란 말 대신에 ‘내립니더’, ‘오라이’ 대신에 ‘가입시더’라고 하는 버스 안내양이 정겹고 순박해 보이는 것은 진주가 좋아서일까?” 38년 전 1985년 4월에 모 일간지에 필자가 기고한 “진주에 살면서”라는 제목의 글이다.

38년이 지난 지금의 진주는 얼마나 도시 인프라들이 진보 발전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되었을까? 머니투데이가 성신여대데이타 사이언스 센터, 케이스탯 공공사회정책연구소, 그리고 충북대국가위기관리연구소와 공동으로 우리나라의 ‘살기 좋은 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2023 대한민국 사회안전지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조사는 경제활동, 생활안전, 건강 보건, 그리고 주거환경 4대 분야에 걸쳐, 소득, 고용, 복지, 노후, 치안, 소방, 교통안전, 건강 상태, 의료환경, 의료 충족, 대기 환경, 주거-보육-교육, 문화 여가, 인구변동 등 14개 평가항목에 대하여 총 18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1위는 과천시가 차지했고, 세종시, 서울 서초구, 종로구, 성남시가 그 뒤를 이었다. 부울경지역의 시군구 가운데 30위 안에 든 곳이 없었다. 대구 경북지역 가운데 달성군이 25위, 대구 수성구가 27위, 대구 중구가 28위에 자리했다. 부울경지역 시군구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곳은 부산 해운대구가 33위로 나타났다.

진주시는 사회안전지수가 52.66점으로 C등급을 받아 104위에 머물렀다. 경제활동 분야는 146위, 생활안전은 106위, 건강 보건은 65위, 주거환경은 68위로 나타났다. 이웃한 시군구 가운데 창원시는 57위, 함안군은 96위로 진주보다 높게 나타났고, 밀양시가 127위, 김해시가 135위, 통영시가 168위, 사천시는 170위, 거제시가 172위로 나타났다. 진주시민들의 삶의 질적 수준이 C등급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진주시민들이 느끼는 생활만족도나 삶의 질, 웰빙수준과 행복도는 어느 정도일까?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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