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경일춘추]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 경남일보
  • 승인 2023.11.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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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김종윤 진주교대 교수


오늘날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그 이유는 책이 유명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고 지루하거나,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바쁘다는 핑계 등의 이유로 중간에 덮은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젊은 시절에 마주했던 그런 책들은 도통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내 무지만 더 드러내는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두고 있을 뿐 펼치지 않게 됐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이따금 그러한 책들도 열어 보게 된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당연함을 깨닫는 나이가 되니 책을 읽다가 포기해도 예전만큼의 부끄러움은 줄어든다. 또한 세상 경험을 쌓을수록 이전엔 못 보았던 것들이 새로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꺼내 읽었다.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신들이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뤘는지 기억해 보라… 그 우주의 어떤 지배자가 너를 이 땅에 보내어 태어나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이 땅에서 네게 주어진 시간은 엄격하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는 덧붙여 말한다. “설령 네가 삼천 년, 아니 삼만 년을 살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나가는 것은 오직 지금 살고 있는 삶이고, 너는 지나가는 삶 외에 어떤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너의 인생이 아무리 짧거나 아무리 길어도, 이것은 변함이 없다. 현재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고 지나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다.”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대며 살면서, 정작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지 못하고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도 아닌 타국 황제의 글이 1800여 년이 지난 후의 나에게도 울림을 주고 있음에 새삼 놀랍다.

요새 유행하고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에는 소위 이세계물(異世界物)이나 환생물이 소재로 많이 쓰인다. 평범한 일상의 주인공이 현실에 좌절하거나 사망해,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거나 아니면 현 세계의 이른 시점으로 회귀한 후 노력해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족과 후회를, 환생하거나 회귀함으로써 다시금 잘 살아보고 싶다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투영됐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미래의 우리가 그토록 되돌아가고 싶어 했던 과거가 아닐까 하고. 그렇다면 지금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소중히 보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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